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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 IT] 첨단 인터넷 환경 갖춘 한국 업무에 IT 활용은 아쉬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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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필자는 글로벌 대기업에서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인도차이나 비즈니스를 총괄하지만 한국에 번듯한 사무실 하나 없다. 업무 특성상 1년에 3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니 사실 사무실 잘 차려놓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임직원의 편의를 위해 재택근무나 모바일 오피스 제도를 적극 허용하는 기업문화의 영향이 큰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인프라도 중요하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인터넷으로 언제 어디서나 전화받고 실시간 소통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통합 커뮤니케이션(UC) 기술이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선 인터넷 서비스가 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웬만한 도시 한복판에서는 무선인터넷도 가능하다. 이마저 부족해 이동 중 휴대전화로 e-메일을 확인하고 웹서핑을 즐기는 모바일 인터넷 수요가 늘고 있다. 이뿐 아니다. 시스코·IBM·MS 같은 다국적 IT 기업은 물론 SK텔레콤·LG CNS 같은 국내 기업은 인터넷 기반의 유·무선 전화와 영상회의 등 다양한 통신 채널을 연계해 지원하는 UC 사업을 활발히 펼친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사무실과 똑같은 협업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우리나라 기업문화는 모바일 등 첨단 인터넷 환경을 상당한 수준으로 갖춰놓고도 이를 업무에 제대로 활용하는 데 미온적이다. 하드웨어는 앞섰는지 몰라도 소프트웨어가 뒤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가령 P&G·IBM·시스코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첨단 IT 기술을 바탕으로 모바일 오피스, 재택근무제 같은 유연한 근무환경을 조성해 근무만족도와 생산성을 높인다. 이에 비해 국내 기업은 여전히 특정 사무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정해진 시간 동안 일률적으로 근무하는 패턴에 길들여져 있다. 또 ‘모바일 근무자’라 해도 나름의 사무실과 책상이 없으면 허전해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 기업들은 앞서가는 IT 기술에 어울리게끔 기업문화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기업도 지리적인 한계를 넘어 세계와 실시간 소통하고 협업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지구촌은 하나가 됐다. 인터넷상 UC를 통해 협업하는 인프라가 만들어져야 첨단 IT 기술이 좀 더 윤택한 삶을 일구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강성욱 시스코시스템즈 아시아지역 총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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