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서 걸러지지 않은 표현이 오프라인서는 과장되게 보였을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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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호 04면

구속영장이 발부된 ‘미네르바’ 박대성(31)씨가 10일 오후 7시40분쯤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말문을 열었다. 취재진과 5분여 단답형 문답을 했다. 말은 짧게 했지만 담담해 보였다. 박씨는 “소신대로 (검찰에) 다 말했다”고 짧게 대답했다. 진짜 미네르바냐는 질문에는 “모든 글은 다 내가 쓴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직업과 나이를 속인 것에 대해서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답을 하지 않았다. 박씨는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출두할 때만 해도 여유롭게 미소까지 지었다. 그러나 영장이 집행될 때는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검찰을 나섰다. 수사관에 이끌려 호송차에 오른 뒤에는 허탈한 듯 고개를 뒤로 젖히기도 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그리고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막 끝내고 나온 박씨와의 일문일답을 재구성했다.

‘미네르바’ 박대성 일문일답

-현재 심경은.
“별로 할 얘기가 없다. 소신대로 다 말했다.”

-모든 글을 본인이 쓴 거 맞나.
“내가 쓴 것이 맞다. 모든 사실을 이미 다 (검찰에서) 얘기했고, (수사검사를 돌아보며) 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50대에 외국 유학 경력이 있다는 식으로 왜 속였나.
“…….”

-신동아에 글을 쓴 게 본인이 맞나.
“신동아와 접촉한 사실이 없고, (신동아에 나온 기사는) 수치상 (내가 쓴) 데이터를 많이 차용한 것 같은데 그 외 부분은 짜깁기 아닌가 생각한다. 일부 언론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신동아에 글을 기고한 미네르바는 누군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신동아 부분에 대해서는 기자 여러분이 밝혀 주기를 바란다.”

-구속영장이 발부됐는데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나중에 말씀드리겠다.”

-인터넷에는 왜 글을 올렸나.
“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개인의 재산권과 중소기업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서 글을 쓴 것이다.”

-과장된 글을 쓴 건 아닌가.
“온라인의 특성상 걸러지지 않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것을 오프라인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생기는 시각적 차이가 있어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정서 죄송하다는 사과를 했나.
“내가 쓴 글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졌다고 하는데 나쁜 의도를 가지고 한 것도 아니지 않나. 그랬다면 그걸 이용해 막대한 개인적 이득을 취했을 텐데 어떤 의도나 목적성을 가지고 상업적 이득을 취한 사실이 전혀 없다. 그런 것이 있었다면 검찰 조사에서 진작 나오지 않았겠는가.”

-본인의 글로 인한 파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개인적 차원에서 헤징(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개인의 재산상 손실을 막고자 하는 의도였다. 97년도에 이미 겪지 않았는가. 다만 파급효과에 관해서는 인터넷의 글이 오프라인으로 나올 줄 미처 예상하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별로 드릴 말씀이 없다. (검찰에) 소신대로 할 얘기를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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