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의사람들>3. 토미 라소다 전 다저스감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자신감. 170㎝가 갓 넘는 작은 키.메이저리그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하고 4패만 기록했던 왼손잡이 투수.현역시절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토미 라소다가 20년동안이나 LA 다저스 감독을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엄청난 추진력 덕이었다.

그는“내가 선수시절 샌디 쿠팩스만 다저스에 없었더라면 충분히 에이스 노릇을 했을 것”이라는 허풍으로 시작해“내 살 속에는 다저스의 상징색인 푸른색 피가 흐른다”는 명언까지 남기는등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미국이라면 영어로'생큐'밖에 몰랐던 박찬호가 메이저리거로 성장하기까지는 라소다감독 특유의'스타 만들기'가 밑거름이 됐다.

라소다는 94년 2월 베로비치 스프링캠프에서 박찬호를 만나자마자 박을'이도령 방자 데리고 다니듯'데리고 다녔다.식당에서도 늘 옆자리에 앉혔고 운동이 끝나면 박의 방에 들러 차를 한잔씩 마셨다.

유명 인사에게 초대받았을 때도 박찬호를 불러 함께 갔다.박에게'찬호 라소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을 정도다.그러면서도 통역은 데리고 오지 못하게 했다.라소다는 이런 과정을 통해 박에게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애썼다.라소다의 노력이 아니었던들 박은 지금도 통역을 통해 인터뷰하거나 향수병에 젖은 젊은이가 됐을지 모른다.

96년 시즌 중반 라소다가 빌 러셀 현감독에게 다저스의 지휘봉을 넘겨줬을 때 박은“덕아웃이나 라커룸에 가도 집안의 어른이 안계신 것처럼 허전하다”며 아쉬워했다.라소다는 현재 다저스의 부사장이며 베로비치의 루키 시절부터 지금까지 박찬호의 양아버지 노릇을 하고 있는 정신적 지주다. 이태일 기자

<사진설명>

친아들처럼 박찬호를 아낀 토미 라소다 전 다저스 감독은 대중이 모인 곳에는 언제나 朴을 데리고 다니며'박찬호 스타 만들기'에 열중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