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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국민 보호 위해 공격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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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팔레스타인 어린이 두 명이 9일(현지시간) 가자시티에서 유엔 구호식량을 실은 자동차 트렁크에 앉아 있다. 이스라엘 탱크가 8일 유엔 구호물품을 실은 차량을 공격해 운전자 한 명이 숨졌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잇따른 이스라엘군의 유엔 시설과 인력 공격으로 가지지구로 가는 구호물품 수송을 중단했다. [가자시티 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의 비인도적 공격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비난 여론이 8일 유엔 안보리의 휴전 촉구 결의안을 끌어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9일 모두 안보리 결의안 수용을 거부하고 나서 휴전 성사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이스라엘은 결의안 채택 이후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도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김빠진 결의안=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안보리 결의안 채택 다음 날인 9일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한 유엔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올메르트 총리는 “이스라엘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와 관련한 결정에 대해 외부의 어떠한 영향력에도 동의한 바 없다”며 “자국민 보호를 위한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고위 간부인 라파트 모라도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유엔 결의안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염원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레바논의 하마스 대표인 우사마 함단도 “이스라엘의 포위 공격이 중단되고 국경이 열리기 전에는 어떠한 휴전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도 계속됐다. 이스라엘 군은 9일 오전 가자시티 외곽 지역 등 50여 곳을 폭격했다. 하마스도 10여 발의 로켓탄을 이스라엘 남부 도시 아슈켈론 등지로 발사하며 저항을 계속했다. 이로써 어렵게 채택된 유엔 결의안의 효과가 불투명해졌다.

◆결의안 채택=유엔 안보리는 8일(뉴욕 현지시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수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 ▶구호물자의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공급 보장 등을 요구했다. 미국은 기권했지만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결의안 내용과 목표를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이집트가 주도하고 있는 중재 노력의 결과를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기권했다”고 밝혔다.

안보리는 결의안 채택 전 3일 동안 주요 아랍국 외무장관들과 미국·영국·프랑스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휴전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하지만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과 무기 밀반입 중단을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과 이스라엘의 즉각적 군사행동 중단을 촉구하는 아랍권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결의안 채택이 미뤄졌다. 그러다 이스라엘의 비인도적 군사 공격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스라엘, 무차별 공격=이스라엘 군은 6일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가 운영하는 학교 세 곳을 공격해 50여 명이 사망한 데 이어 8일에는 유엔 마크와 깃발을 달고 구호물자를 수송하던 트럭을 공격해 운전자가 숨졌다. 특히 이스라엘이 인도적 물자 공급을 허용하기 위해 스스로 정한 세 시간의 휴전 기간에 공격이 발생해 국제적인 비난이 고조됐다. UNRWA는 “이스라엘 군의 적대 행위로 가자지구에서의 모든 구호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유엔 등 구호활동을 벌이는 기구들도 일제히 이스라엘 군의 무차별 공격과 비인도적 봉쇄 조치를 비난하고 나섰다. 국제적십자사(ICRC)는 8일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은 가자시티 건물에서 어머니의 시신 옆에서 굶주리고 있는 4명의 어린이를 발견했다”며 “이스라엘은 끔찍한 현실을 외면한 채 구호단체들의 접근마저 봉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엔 인도문제조정사무실(OCHA)은 8일 보고서에서 “이스라엘 군이 5일 팔레스타인 주민이 대피한 가자시티 도심의 한 건물을 공격해 30여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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