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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좋다] 웨이크 보드·제트 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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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로는 자동차들이 분주히 오가지만 한남대교 아래의 한강은 딴 세상이다. 서울 기온 최고 27도. 바지선 클럽하우스 바닥이 맨발로는 딛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웠던 지난 1일.

보드(board)에 묶인 다리를 구부리고 두손으로 삼각 손잡이를 잡고 있던 주부 양미라(37)씨는 "고-"신호와 함께 날듯이 강물 위를 미끄러져 간다. 모터보트 엔진음이 거칠어지면서 보드는 금세 시속 40km 넘는 속도로 웨이크(wake. 배가 지나간 물길)를 벗어난다.'하나 둘 셋'호흡을 가다듬고 웨이크를 향해 방향을 튼 양씨의 보드가 공중으로 솟아 두줄기 웨이크를 뛰어넘어 건너편 수면 위로 착지한다.


주부 양미라씨(中)의 웨이크 보드 점프묘기 장면을 제트보드를 탄 두 사람(오른쪽은 영화배우 장동직씨)이 지켜보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낸 초여름 한강의 물보라가 보기에도 시원하다. '웰빙'시대의 한강은 또다른 레포츠장으로 붐빈다.[김상선 기자]

양씨는 집중력과 순발력이 필요한 이 대목에서 "가장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양씨는 잠원지구 한강시민공원의 '펀보드클럽' 회원으로 일주일에 두번쯤 이곳을 찾는다. 웨이크 보드 경력은 3년. "약했던 체력인데 웨이크 보드를 하면서 온몸에 힘도 붙고 삶의 활력소도 됐어요." 그는 이날은 개교기념일을 맞은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데려왔다. 건강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웨이크 보드를 처음 구경한 기자도 간단한 이론 설명을 듣고 물에 들어갔다. 대여섯번 넘어져 물속에 빠지면서 30분쯤이 지나서부터는 20~30m를 무사히 달렸다.

보드면적이 수상스키보다 넓다보니 더 익히기도 쉬우면서 그다지 어렵지 않게 점프기술도 부려볼 수 있다. 그래선지 초등학생에서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이미 상당한 인구를 확보했다.

레스토랑 등을 하는 박인경(46).영희(43).윤정(39) 자매는 지난달 초부터 이곳에서 제트 보드를 즐기고 있다. 제트보드는 서핑보드에 제트엔진을 단 자가운전 수상 보드다.

보드에 줄로 연결된 조종간을 잡고 70km를 넘나드는 스피드로 한강을 누빈다. 점핑과 같은 묘기를 부릴 수는 없지만 자동차만큼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원심력을 이용한 물보라 일으키기는 어디에 비할 바 없는 쾌감을 준다.

펀보드클럽 운영자는 영화배우 장동직(36)씨다. 그는 "오전 7시에 나와 조깅 대신 수상스포츠로 아침운동을 하고 출근하는 회원들도 꽤 된다"면서 "웬만한 종목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운동량이 많은 전신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잠원지구뿐 아니라 한강 곳곳은 온갖 수상스포츠를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역동적인 공간이다.

서울은 물론 북한강.남한강을 타고 올라가면서 물을 이용한 다양한 종목을 경험할 수 있다. 청평.양평.가평….

그중에서 동력을 이용하는 웨이크 보드와 제트보드는 가장 스릴 넘치는 신종 레포츠다. 무엇보다 속도감이 있고 바람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이 있다.

"비가 오고 물결이 심한 날이 아니면 언제든지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박인경씨는 소개했다.

다만 그만큼 비용부담이 좀 더 하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웨이크 보드의 경우 한번에 2만원(강습비 5만원)이 든다. 제트보드는 10회 이용(강습비 무료)에 25만원을 내야한다. 그래도 한강은 물과 속도에 도전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최준호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sskim@joongang.co.kr>

◇웨이크보드란

눈 위에서 타는 스노 보드를 물 위로 옮겨 온 형태다. 스노 보드처럼 다리를 보드 위 신발에 고정시키고 수상스키처럼 모터보트에 이끌려 물 위를 달린다. 폭이 좁은 수상스키와는 달리 다양한 묘기가 가능하다. 수년 전부터 스키장에서 스노 보드 붐이 일듯 강에서는 요즘 수상스키 대신 웨이크 보드가 인기다. 경험이 없는 사람도 30분 정도 배우면 시속 30~40km 정도로 단순히 달리는 정도는 할 수 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인공물결로 서핑을 즐긴 데서 웨이크보드가 유래됐다. 국내에는 95년에 도입됐으며 3년여 전부터 수상레포츠 동호인들 사이에서 급속히 전파되고 있다.

◇제트보드란

서핑보드.제트스키.수상스키를 합쳐놓은 최신 수상레포츠다. 서핑보드 내부에 330cc.45마력의 소형 제트엔진을 달았다. 보드 뒤 분출구에서 내뿜는 물의 힘으로 시속 70km까지 달린다. 보드 앞쪽에 연결된 줄을 잡고 서서 서핑보드처럼 달린다. 두시간 정도 레슨을 받으면 초보자 수준으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상당한 균형감각이 요구되기 때문에 제대로 타기 위해서는 수상스키나 웨이크 보드보다 시간이 좀더 걸린다. 95년 미국에서 개발돼 국내엔 2000년 처음 들어왔다. 일반인들은 지난달초부터 한강 잠원지구에서 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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