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너무 얌전한 채털리 부인- 영국 켄 러셀감독 '레이디 차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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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차타레 부인'(영성),'도쿄 차타레 부인'(영성),'레이디 차탈리'(SKC)등 이달에는 D H 로렌스의'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원작으로 한 애정영화가 3편이나 나온다.다니엘 다류가 주연한 55년 프랑스작품은 출시되지 않았지만 실비아 크리스텔이 주연한 81년 작품이 출시돼 있고'채털리'를 붙인 아류작도 적지 않으니 채털리 부인은 한국에서 에마뉘엘 부인 못지않게 인기 있는 수입산 에로 스타인 셈이다.이 많은 채털리 부인중 그나마 품위를 갖춘 채털리 부인을 고른다면 영국의 이단적인 감독 켄 러셀이 94년에 만든'레이디 차탈리'다.

러셀 감독은 바르토크.드뷔시.이저도라 덩컨의 BBC TV용 전기영화로 주목받은 뒤 극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로렌스 원작 소설의'우먼 인 러브'(69년)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른 이래 차이코프스키.말러.루돌프 발렌티노와 같은 예술가의 삶을 성적인 측면에서 해석한 작품들을 발표했다.국내에는 브람 스토커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컬트 호러 코미디'백사의 전설'(세경),성적 강박관념을 다룬'크라임 오브 패션'(우일),거리의 여인을 그린'리즈'(SKC)가 출시돼 있다.

'레이디 차탈리'는 섹슈얼한 테마를 과잉된 스타일로 묘사하기로 유명한 러셀감독의 과거 명성에 비하면 너무나 얌전해 일흔을 넘긴 감독의 나이를 탓하게 된다.바싹 마른 여배우(조엘리 리처드슨)도 원작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느껴진다.다만 인습에 대한 비판이 양념처럼 끼어들어 감독의 이름을 상기시키는 정도다.

내용은 제1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귀족 남편(제임스 윌비)시중에 지친 아름답고 젊은 부인이 건장한 산지기(숀 빈)와 사랑에 빠져 캐나다행 배에 올라 새 인생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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