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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원 '명예의 전당'에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4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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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일본 전국시대에 닛카이(日海)란 바둑의 고수가 있었다. 전국의 패자였던 오다 노부나가(直田信長)는 바둑을 좋아해 닛카이에게 명인 칭호와 함께 종2위의 서품을 내린다. 오다는 어느날 절에서 닛카이의 바둑을 관전하다가 부하의 피습을 받아 사망한다. 닛카이는 훗날 바둑의 명가인 본인방(本因坊)가문을 열어 초대 본인방 산샤(算砂)가 되고 일본 근대바둑의 개조로 추앙받게 되는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목숨을 걸고 오다의 시신을 거두어 자신의 절에 안치한다.

오다의 뒤를 이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산샤를 깊이 신뢰해 그를 군승으로 두어 장군들에게 전술 등의 강의를 시키고 전국바둑대회를 최초로 여는 등 일본 바둑의 강력한 후원자로 나섰다.

전국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1542~1616)는 바둑관청이라 할 기소(碁所)를 설치하고 바둑의 고수들에게 봉록을 지급했으며 장군이 직접 관전하는 어성기를 만들었다.

평화가 도래하자 무사들의 관심을 칼에서 바둑으로 돌리려는 뜻도 있었다. 이로부터 바둑 네 가문은 당대 한명뿐인 명인이 되고자 피나는 쟁기를 벌이게 됐고 일본 바둑은 크게 융성했다.

본인방가의 도샤쿠(道策)는 기력 13단이라 불리는 천재였다. 그는 종래의 전투 위주에서 '돌의 능률'이란 새로운 관점에 착안해 천하무적이 됐다. 천재 슈샤쿠(秀策)는 어성기에서 19전 전승을 거뒀고 특히 흑번에선 반드시 이기는 흑번필승의 신화를 이뤘다. 도샤쿠와 슈샤쿠는 일본 바둑사에서 기성으로 불리는 두사람이다.

프로기사.작가.참의원 등이 참여한 일본기원 '명예의 전당' 표창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바둑 명예의 전당에 오를 일본 최초의 인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 본인방 산샤, 본인방 도샤쿠, 본인방 슈샤쿠 등 4명을 선정했다. 야구를 본뜬 명예의 전당은 바둑계에선 처음 만들어진 것인데 일본기원은 바둑 발전에 현저한 공을 세운 인물을 매년 선정해 표창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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