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TGV 바로 알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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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프랑스 TGV 동남선 4백20㎞의 건설비는 1조2천4백억원.올해 가격으로 환산해도 2조원이 채 안된다.주로 땅위를 달리는 TGV와 달리 경부고속철도는 교량.터널등 구조물 위를 주로 달리기 때문에 건설비.유지비가 많이 들고 안전도도 떨어진다. TGV는 또 파리~리옹간을 직통으로 다닌다.수요가 늘어 최근에야 중간역을 하나 만들 정도다.연장이 비슷한 경부고속철도는 그러나 확정된 역만 7곳이다.TGV는 가.감속(加.減速)에 각 6분쯤 걸리니까 역이 7개라면 가.감속구간이 2백㎞나 되는 셈이다.비싼 TGV를 들여와봐야 제 속도를 낼 수 없는 시스템이다.게다가 노선은 빙빙 돈다.총 수요의 8%에 불과한 경주승객을 위해 20%에 달하는 부산승객이 요금을 2천4백원 더 내고 고속철도를 10분 동안 38㎞나 더 타야 한다.

TGV는 일반철로도 이용한다.새 철로는 시속 3백40㎞로,구(舊)철로는 1백80㎞ 이하로 달린다.도시지역은 기존선로.역을 그대로 활용한다.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어차피 소음.진동 때문에 빨리 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우리는 도시마다 지하역.노선을 새로 짓는다.비싸기도 하지만 무리한 선형을 잡느라 도시구조를 해칠 곳이 많은 게 문제다.

TGV는 또 생산용이라기보다 소비용 교통수단이다.다른 철로와 달리 화물운송이 불가능해 효율이 상당히 떨어진다.TGV는 기후에도 약하다.프랑스에서 스위스.독일쪽으로 가는 노선은 가끔씩 결빙.적설 때문에 발이 묶인다.지금까지는 운이 좋았지만 역에 도달할 무렵 갑자기 전차선이 얼거나 눈이 쌓이면 제어가 안돼 큰 사고가 날 위험까지 있는 교통수단이다.

환경문제도 있다.프랑스에서는 소음 때문에 TGV 운행을 0시에서 오전6시까지 금지한다.또 진동 때문에 지하수층이 파괴돼 농작물 피해가 보고되기도 했다.낙석사고도 종종 있다.웬만한 돌은 괜찮지만 일정 규모 이상이면 무방비상태가 된다.이외에 건널목사고.신호장치도 가끔 문제가 된다.지금까지는 이런 사고가 대부분 시속 1백50㎞로 달리는 구철로에서 일어나 큰 피해가 없었다.

그러나 TGV의 기계.전기장치가 완전한 게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이제 부실교량을 보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TGV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해 장점은 더욱 살리고 약점은 다시 한번 살피는 준비가 필요하다.고속철도건설공단의 의뢰로 경부고속철도 구조물 안전도를 점검했던 미국 WJE사가 지적한 부실시공은 대부분 TGV의 특성을 모른채 하부구조를 설계.시공해 생긴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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