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영화>EBS, '파리대왕' - 무인도 소년들 통해 본 권력 본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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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문명은 무엇인가.야만은 또 무엇인가.문명인들이 야만적 상황에 처하게 될 때 이들은 문명인인가,야만인인가.권력의 힘을 좇는 정치적 본능 앞에서 학습된 문명은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무인도에 불시착한 아이들을 통해 이 화두를 나름의 시각으로 풀어본'파리대왕'으로 윌리엄 골딩은 8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모데라토 칸타빌레'등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추적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영국의 피터 브룩 감독은 이 작품을 영상화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영화는 핵전쟁의 발발과 비행기가 무인도에 추락하는 장면을 몽타주로 보여주며 시작한다.무인도에 불시착한 한 떼의 소년들은 자연이 지배하는 무인도에서 나름대로 문명의 규칙을 만들며 생존을 시작한다.자연 소년들 사이에서는 권력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이 움튼다.

소년들은 랠프를 지도자로 선출하고 그의 지휘를 따른다.하지만 구조를 쉽게 받기 위해 바닷가에 오두막을 짓자는 랠프와 사냥을 강조하는 잭은 사사건건 대립한다.

결국 랠프와 결별하는 잭.잭 일당은 짐승 수색에 나선 사이먼을 죽인다.점점 흉포해지는 잭 일당. 랠프와 소년들은 몇번의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가까스로 구조대의 도움을 받는다.

인간의 본능과 권력에 대한 욕망을 우회적으로,그러나 섬뜩하게 그린 이 영화는 소년들이 주인공이지만 그들은 이미 소년이 아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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