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계 57명 “지도부 물러나라” … 전쟁에 진 한나라 내전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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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과의 쟁점 법안 협상과 관련해 책임론이 일고 있는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얼굴을 감싸고 있다. [연합뉴스]

 갈 길 바쁜 한나라당에 먹구름이 덮쳤다. 1차 입법 전쟁의 결과가 패전으로 인식되면서 원내 지도부 책임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깃발을 든 건 당내 친이계 의원 57명이 소속된 모임 ‘함께 내일로’다.

이들은 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원내 지도부의 자성과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1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공동대표인 심재철 의원은 14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이번 주로 앞당겨 열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에 당협위원장까지 가세할 경우 집단 행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차명진 대변인의 사의 표명도 심상치 않다. 차 대변인은 박희태 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 임명됐다. 그는 "합의안은 항복문서”라고 비판했다. 동반 사퇴로 이어질 경우 파장은 간단치 않을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지도부 책임론을 들고 나온 인사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친이계 의원이란 점이다. 차 대변인의 사퇴 성명서에는 “당내에서도 좋게 합의하면 될 것을 왜 싸우냐는 맥 빠지는 훈수가 나왔다”는 대목이 포함돼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5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쟁점 법안 처리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걸 비판한 셈이다. 차 대변인의 주장은 친이계 의원들의 기류를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다. 입법 전쟁 과정에서 친박 진영은 ‘속도전’을 내세우는 청와대와 당 지도부완 달리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다. 친이계 의원들은 사석에서 “박 전 대표가 너무 소극적인 태도로 상황을 즐기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해 왔다.

지도부 책임론을 보는 시각도 한 지붕 두 가족이다. 박 전 대표와 가까운 이정현 의원은 “홍준표 원내대표가 최선은 아니었지만 차선을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그의 고집과 철학이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입법 전쟁의 여파가 자칫 계파 갈등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지도부 책임론이 내전으로까지 확대되진 않을 거라는 경계론이 아직은 더 많다. 당장 박 대표가 조기 수습에 나섰다. 그는 “한참 일하고 있는 때에 어떻게 그만두라고 하느냐”며 “의원들에 대한 설득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차 대변인의 사퇴도 반려했다. 친이계 의원들 중에서도 “책임론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원희목 의원 등)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무엇보다 입법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 내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경제 살리기 법안과 쟁점 법안을 처리해 어려운 국면을 넘어갈 수 있게 하는 게 제일 큰일”이라며 “중요한 문제들을 끝내 놓고 다른 문제들을 논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당초 이날 ‘함께 내일로’의 성명서 발표에는 다른 의원 모임들도 가세할 예정이었다. 오전에 열린 대표자 연석회의엔 국민통합포럼의 권경석, 위기관리포럼의 공성진, 여성의원 모임의 김금래 의원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인책론이 확대되는 걸 우려한 당 지도부와 당 원로들이 설득했다고 한다. 물론 불씨는 남아 있다. 한 친이계 재선 의원은 “의원들의 불만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며 “2월 임시국회 법안 처리 결과에 따라 지도부 사퇴론은 언제든지 재점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가영·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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