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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버스업체 군살빼기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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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구시 달서구 대천동∼경산시 영남대를 오가는 609번 시내버스. 이 노선을 운행하는 업체 두 곳은 2일부터 버스 두 대씩을 차고지에 세워 두고 있다. 이 버스는 이달 말까지 운행하지 못한다. 두 회사의 전체 버스 40대 중 10%를 ‘일시 구조조정’한 셈이다.

대구시가 버스 운행대수를 줄이기로 한 방침 때문이다. 이에 따라 7.5분이던 이 노선의 배차 간격이 1∼2분 늘었다.

대구시가 버스업체의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연료비 절감을 위해 겨울 방학 중 승객이 줄어든 노선은 운행 횟수를 줄이고, 차고지에서 가까운 곳에서 버스를 출발토록 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시가 버스업계의 군살빼기에 나선 것은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재정지원금(보조금)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준공영제는 버스 운행 등 경영은 업체가, 수익금은 업체와 대구시가 공동관리하는 제도다. 수익금과 지출액의 차액은 시가 예산으로 보전한다.

시는 전체 1561대 시내버스 중 5.8%인 91대를 2일부터 이달 말까지 운행 정지시켰다. 62개 노선에 1∼4대를 감축했다.

또 한 개 노선을 두 개 이상 업체가 공동으로 운행할 경우 차고지에서 가까운 곳에서 운행토록 하는 고정배차제도도 시행 중이다. 차고지에서 빈 차로 운행하는 거리를 줄여 연료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우대윤 대중교통과장은 “버스 운행 감축으로 한 달간 3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올 3월부터 시청과 구·군청 부설 주차장을 차례로 유료화한다. 버스 이용을 유도하려는 조치다.

승객이 적은 노선에는 현재 운행 중인 대형버스 대신 중형버스를 투입키로 했다. 연료비가 싼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의 도입도 앞당길 방침이다.

◆치솟는 시내버스 보조금=2006년 2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한 이후 보조금이 급증하고 있다. 준공영제 도입 첫 해 413억원이던 보조금이 지난해 744억원으로 뛰었다. 시가 지급하는 버스 한 대당 보조금도 4700만원으로 대도시 중 가장 많다.

연료비와 인건비 등의 증가에 비해 수입은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준공영제 시행 전인 2005년 하루 65만명이던 시내버스 이용자가 지난해에는 74만명으로 13.8% 증가했다. 하지만 지하철과 시내버스, 시내버스와 시내버스 간 무료 환승제가 도입된 점을 고려하면 실제 버스 이용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구의 대중교통(버스·지하철) 수송분담률(2006년 기준)은 38.6%로 전국 5대 도시 중 가장 낮다. 서울은 62.8%, 부산 39%다. 타 도시보다 차량 소통이 잘 돼 승용차 이용자가 많은 탓이다.

시와 시민단체는 버스업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버스 한 대당 기사 인원(교대 근무를 고려해 확보한 인원)이 2.45명으로 전국 5대 도시 중 가장 많다. 급출발·급정거 등 난폭운전과 불친절도 여전하다. 대구시교통불편신고센터에는 예전과 비슷한 하루 30여 건의 시민 불만이 접수되고 있다.

대구버스운송사업조합 남운환 전무는 “준공영제 이후 무료 환승에 따른 비용이 400억원을 넘을 정도”라며 “비용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보조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업체 간 경쟁이 없기 때문”이라며 “보조금 지급에 경영 성과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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