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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재선거 지역서 맞선 3黨대표 대선戰 방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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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9일 충남 예산(禮山)에서는 대통령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하는 연설대결이 벌어졌다.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가 윤봉길(尹奉吉)의사 의거 65주년을 기념하는 매헌(梅軒)문화제에서 동시에 연설을 했기 때문이다.지난달 31일 동국대 승가대총동문회 특강이후 두번째다.

3당대표들은 충의사(忠義祠.尹의사 사당)주변을 가득 메운 청중들에게 한보.김현철사건으로 빚어진 여러 현안을 진단하고 올 대선에서의 지지를 호소했다.예산은 7월중 국회의원 재선거가 실시되는 관심지역이기도 해 이래저래 뜨거웠다.

제일 먼저 등단한 신한국당 李대표는 연설 서두에서 예산이 자신의 고향임을 적극 강조했다.李대표는“김대중.김종필 두분 총재께서 우리 고장을 찾아 귀한 발걸음을 해주신데 감사드린다”며'주인'으로서 예를 올렸다.'연고권'을 선점한것.예산이 부친의 고향이자 6.25당시 가족이 피난왔던 곳이라며'고향사랑'을 역설한 李대표는 그러나“이같은 순수한 애향심이 굴절되고 타향사람을 단칼에 매도하게 만든게 바로 정치인의 지역할거주의”라면서 양김(兩金)총재를 겨냥,직격탄을 날리기 시작했다.

李대표는“지역할거주의로 21세기 한국발전은 일장춘몽”이라며“정치지도자들이 지역할거주의를 벗어날 주요한 결단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고 양金의 퇴진을 촉구했다.그러나 고조된 연설에도 청중들은 대부분 덤덤한 표정이었다.일각에선“한보나 해결하라”는 등의 고함이 터져나오는등 한보.김현철사태를 치르며 추락한 집권여당의 인기를 반영. 李대표는 한보와 관련,“정치권이 버림받을 위기에 처한데 죄송스럽기 짝이 없다”며“하루빨리 한보진상을 밝혀 국민의 불신을 씻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 李대표의 연설종료 5분전 등단한 김종필총재는 연설을 마치고 내려가는 李대표와 어색한 악수를 나누었고 다시 5분뒤 단상에 오른 김대중총재가 두번째로 연설.金총재는“18세때부터 야학을 세워 농민운동을 했던 尹의사의 농민사랑과는 달리 문민정부들어 농민은 세계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다”며 공세를 거듭. 현정권의 각종 실정을 나열하던 金총재는“정권교체야말로 최대의 개혁이자 역사 바로세우기”라고 올 대선에서의 지지를 호소. 김종필총재는 이회창대표의'연고권 주장'에 화가 난듯“오면서 들으니 신한국당대표는 요만큼도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며“나라를 내리막길로 치닫게 하고도 반성의 기색없이 얼굴들고 큰 소리를 치고 다니는 사람들”이라고 맹박했다.

金총재는“4천5백만명이 한사람에게 매달리는 과욕을 막기 위해 내각제를 해야한다”고 거듭 역설.金총재 연설에는 청중들의 박수가 이어지는등 역시 이 지역이 텃밭임을 입증했다. 예산=최훈 기자

<사진설명>

이회창 신한국당대표.김대중 국민회의총재.김종필 자민련총재(왼쪽부터)가 29일 충남예산군 충의사에서 열린 윤봉길의사 의거 65주년 기념 매헌문화제에 참석,보궐선거를 겨냥한 연설대결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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