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0개 손바닥畵 - 베니스비엔날레 참가한 뉴욕화가 강익중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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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오는 6월15일부터 11월9일까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세계 최대의 미술축제로 불리는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린다.올해가 47회째. 지난 95년 한국관 개관에 이어 참가작가 전수천씨의 설치부문 장려상 수상등 베니스비엔날레에 고조된 한국 미술의 열기가 이번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이번 한국관에는 뉴욕에서 활동중인 강익중(37)씨와 조각가 이형우(42)씨 2명이 참가한다.이씨 역시 유망한 40대 작가지만 강씨는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백남준과의 2인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청사 설치작가 선정등 이미 주목 작가의 대열에 올라서고 있어'다시 한번 수상(受賞)도'라는 기대를 걸게 한다.뉴욕의 스튜디오에서 한창 마무리 작업중인 그를 전화로 만났다.

“베니스비엔날레가 저에게 중요한 기회임에는 분명하죠.하지만 여기에 모든 승부를 거는 것은 건강하지 않은 것같아요.비엔날레가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직선이 아니라 하나의 큰 원을 그리는 느낌으로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업만 하느라 최근 며칠동안 거의 말을 못했다는 그는 머리 속의 복잡한 생각을 털어버리려는듯 쉴새없이 무수한 단어들을 뱉어냈다.

“한송이 꽃이 아니라 온갖 꽃들이 활짝 피어있는 집 앞의 정원을 상상하면 됩니다.한데다 온갖 재료를 쏟아부어 만드는'비빔밥'처럼 내가 가진 여러가지를 다 보여줄 생각이에요.이게 바로 남들이 갖지 못한 나만의 세계이기도 하고요.” 그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3×3인치 목각부조 6천3백여개를 벽면 가득히 설치하는 작업과 소리가 있는 작업'사운드 페인팅-Buddha singing opera'등 지난해 한국 전시에서 보여줬던 작품과 비슷한 작업들을 보여준다.이외에 최근 2년여동안 해온 한자공부의 결과물인'중국어 배우기(I have learned Chinese)'라는 세상에 처음 내보이는 작업도 포함돼 있다.'다른 곳에 옮겨심어진 나무'가 센 바람에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뿌리가 더 깊어야 한다는'전통에 대한 스스로의 다짐'에서 한자를 공부하게 됐다고.강씨가 어떤 특정 주제를 정하고 작업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출품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전통(tradition)과 교감(communication)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올해 베니스비엔날레의 주제인'미래,현재,과거'와 맥이 통하는 부분이다.바로 이런 점 때문에 지난 95년 베니스에서 전수천이 거둔 성과를 다시 기대해보는 사람들도 많다.'욕심을 버리고 몸에 힘을 빼기 위해'노력한다고는 하지만“이번 베니스비엔날레는 나에게 던져진 먹이”라는 도전적인 그의 말에서 이번 비엔날레에 거는 그의 기대가 엿보이기도 한다.강씨는 개막에 앞서 5월20일 베네치아로 건너가 작품 마무리를 할 예정이다. 안혜리 기자

<사진설명>

강익중의 3인치 그림들.강씨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목각부조 6천3백여개를 설치한 작업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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