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태 前제일은행 상무 자살 - 청문회 출석 평소 불명예퇴직 괴로워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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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보그룹 주거래 은행으로 한보대출을 총괄했던 전 제일은행 상무 박석태(朴錫台.59.사진)씨가 28일 오후3시10분쯤 서울마포구망원1동 자택에서 자살했다.

朴씨의 갑작스런 자살로 한보 특혜 대출을 둘러싼 외압의혹의 실체 규명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朴씨는 지난 17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보가 유원건설을 인수할 당시 청와대 윤진식(尹鎭植)비서관에게 보고한 배경및 특혜 대출과 관련한 외압여부를 집중 추궁받았었다. <관계기사 3,23면> 朴씨의 셋째딸 은영(恩瑛.23)씨는“외출하고 돌아와보니 아버지가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난간에 노란색 나일론 끈으로 목을 맨채 숨져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朴씨는 지난 26일 오후11시쯤에도 자택에서 극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다가 가족들에게 발견돼 119구급차를 이용,목동 이대부속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위세척등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朴씨는 이날 2층 서재 책상위에 유서 한장을 남겼으며 유서에는 “제일은행 임직원 여러분 대단히 죄송합니다.윤진식비서관님,박태영의원님,김원길의원님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시체를 검안한 의사 윤진렬(尹珍烈)씨는“도착했을 때는 이미 동공이 풀려있었고 시체강직이 시작되고 있었다.사망 추정시각은 발견된 때로부터 25분쯤전인 3시10분쯤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朴씨는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뒤 거의 밤잠을 이루지 못한채 주변 사람들에게“평생을 바친 은행일을 불명예스럽게 마감하게 돼 안타깝다.은행과 가족에게도 폐를 끼쳤다”고 말해왔다는 것이다.

朴씨는 지난 9일 이철수(李喆洙)전행장의 청문회를 보면서도“저러면 안되는데… 나한테 뒤집어 씌우려는 것 아닌가…”하며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은행과 거래해온 한보의 한 고위간부는“朴씨는 침착하고 성실한 분으로 은행내의 궂은 일을 도맡았으며 청렴한 성격 때문에 평생 직장이던 은행에서 징계 퇴직당한데 대한 죄책감과 불명예를 못견딘 것 같다”고 말했다.

朴씨는 유족으로 부인과 1남4녀를 남겼으며 80평 대지의 20여년된 2층건물중 바깥채는 단란주점등에 임대주고 안채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아왔다.

김태진.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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