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상황이 비상하면 대처도 비상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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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유비무환(有備無患)’을 얘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어려운 점을 미리 알고 대비한다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려운 것은 예측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위기는 모든 사람이 예측하고 있다”며 “우리도 예외일 수 없고, ‘올 한 해는 참 어렵겠구나’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위기를 성공적으로 하루라도 먼저 극복하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한승수 국무총리,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고현철 중앙선관위원장 등 주요 요인이 참석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 등 경제5단체장도 신년인사회에 초대됐다. 경제계 인사가 신년인사회에 초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형오 국회의장 등 입법부 인사들은 ‘국회 상황’을 이유로 불참했다.

참석자들은 ‘환희’ ‘기회’ ‘도약’을 얘기했다. “우리는 2009년 희망의 노래를 환희의 노래로 바꿔 부를 것”(이 대법원장), “우리 국민은 강인함과 놀라운 체력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들어 가리라 믿는다”(이 헌재소장)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경제계를 대표해 조석래 회장이 “이 위기를 남보다 조금 먼저 벗어난다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건배를 제의했다. 참석자들은 “소처럼 일하자”며 와인잔을 부딪쳤다.

앞서 청와대는 정정길 대통령실장 등 450여 명의 직원이 참석해 시무식을 했다. 정 실장은 “우리가 어떻게 마음먹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치는 ‘속도’ 외치는 ‘꾸준함’=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한 총리 주재로 개최된 정부 시무식의 화두는 ‘속도’였다. 한 총리는 “잠시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상황이 비상하면 이에 대처하는 방식도 비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확정한 정부의 핵심 정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4대 강 살리기 사업’도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각각 부처 시무식에서 ‘소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는 뜻의 ‘우보천리(牛步千里)’를 인용했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외교환경”(유 장관), “때론 앞으로 갈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을 것”(김 장관)이라는 현실 인식은 유사했다. “원칙과 방향성을 가지고 전진하면 결실을 볼 것”(유 장관), “한 걸음씩 나가다 보면 새 희망이 찾아올 것”(김 장관)이라는 바람도 비슷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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