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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금융위기 극복 핵심은 경제가 아니고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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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위기의 경제
유종일 지음, 생각의 나무, 168쪽, 9000원

지금의 경제위기를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분량도 적어 읽기에도 편하다. 경제학 교수이지만 라디오 방송의 진행자이라서일까. 지은이는 진보적 경제학자다. 스스로도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적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만과 제프리 삭스 교수를 존경한다고 밝힌다. 이 책 역시 그런 관점을 견지한다. 경제민주화를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제시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경제 민주화란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민주주의의 평등이념을 확장하는 과정”이라 정의한 후 양극화 해소를 위기 극복의 핵심 키워드로 삼는다. 산업구조·분배·고용 양극화를 해소해야 하며, 교육·주택·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 개입을 당연시한다. 원인 진단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원인이지만 한국이 심하게 흔들리는 건 양극화 탓이 크다는 것이다. 수출이 늘어도 중소기업과 서민 가계는 그다지 혜택을 보지 못하는 구조에서는 내수를 키울 수 없기 때문에 대외의존형 경제구조가 심화될 수밖에 없고, 그러니 “외부 충격에 대한 내성이 매우 약해진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DJ와 노무현 정부도 강하게 비판한다. 다만 통설과는 달리 진보적 정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한다. “‘잃어버린 10년’동안 정말로 잃어버린 건 성장이 아니라 경제민주화”라는 것이다. 지은이가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야’라고 외치는 건 그래서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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