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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만 “올해 종합격투기 도전 실패하면 은퇴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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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K-1 2008 그랑프리에서 하리와 경기하는 최홍만. [중앙포토]

최홍만(29)이 격투기 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가장 위험한 스포츠인 종합격투기로의 전향을 피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K-1 주최사 FEG 관계자는 1일 “새해엔 드림(K-1 종합격투기) 헤비급이 재미있을 것이다. 최홍만도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각성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EG가 최홍만을 종합격투기 쪽으로 돌리려는 이유는 입식타격기에서 이미 기술적인 한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FEG는 거대한 체격(2m18㎝, 140㎏)에 씨름 기술까지 갖춘 최홍만이 누워서도 공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FEG는 알리스타 오브레임(29), 세미 슐트(36·이상 네덜란드), 미르코 크로캅(35·크로아티아) 등을 드림 헤비급 챔피언 후보로 꼽으면서, 세계 최강의 파이터 표도르 에밀리이아넨코(33·러시아) 영입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드림 헤비급은 라이벌 단체인 UFC에 비해 선수층이 얇다. 따라서 최근 5연패에 빠진 최홍만을 적극적으로 기용할 전망이다.

최홍만은 지난해 6월 뇌하수체 종양 제거 수술을 한 뒤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크로캅과의 대결에서도 1라운드 6분여 만에 상대 로킥에 왼쪽 무릎을 맞고 고목처럼 쓰러졌다. 맞는 순간 최홍만은 손을 내저으며 기권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격투기 전문가는 “최홍만이 주먹에 대해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3월 마이티 모의 강력한 ‘물레방아’ 훅에 첫 KO패를 당한 뒤 경기 방식이 소극적으로 바뀌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상대의 공격을 맞받아칠 수 있는 강단이 있었지만 이 경기 이후로 상대의 작은 페이크에도 크게 움찔움찔하기 시작했다.

씨름계에서는 “이태현·김경석처럼 최홍만도 모래판에 돌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최홍만은 “씨름에 미련이 없다. 2009년 종합격투기에서도 실패하면 차라리 은퇴할 것이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어 “(연말 대회 때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올해 완벽하게 몸을 만들어 종합격투기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07년 12월 표도르를 두 차례나 넘어뜨린 것(결과는 암바패)을 보면 종합격투기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종합격투기는 기술과 경험 없이 도전하기엔 너무 위험하다. 쓰러뜨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 누운 상태에서 공격하고 수비하는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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