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350여 곳 대상 구조조정 기준 확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새해 벽두부터 건설·조선 업체를 시작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된다. 1일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들은 1~2월 중 건설·조선 업체에 대한 신용평가작업을 마무리한다.

그 결과 일시적인 자금 부족(B등급)으로 평가된 기업에 대해선 자금 지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부실 징후가 보이는 기업(C등급)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넣고, 완전히 부실기업으로 판정된 곳(D등급)은 퇴출 절차를 밟는다.

평가를 위한 기준도 확정됐다.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12월 31일 “은행·신용평가회사·회계법인 직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이 건설·조선 업체의 신용평가기준을 확정했으며, 이를 기준으로 은행들이 심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신용평가 대상 기업도 대폭 늘어났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이 이뤄질 기업도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평가 대상 업체는 건설이 애초 150여 개에서 300여 개로, 조선이 26개에서 50여 개로 불어났다. 처음엔 대출·지급보증을 모두 포함한 금융권 부채 500억원 이상인 기업이 평가 대상이었지만 TF팀이 이 기준을 50억원으로 낮춰 잡아 대상 기업이 확대된 것이다.

신용평가는 기업의 재무 상태, 최고경영자의 평판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지만 건설사의 경우 부채비율이 300%를 넘는지가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시중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은 “건설업종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부채비율이 300%를 넘을 경우 자금 지원을 해줘도 회생이 힘들다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조선사는 선박 수주 잔액에서 선수금 환급보증서(RG)의 발급률이 얼마나 되는지가 구조조정의 핵심 기준이 된다. RG 발급률이 70% 미만이면 최하위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RG는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은 조선업체가 부도 등으로 선박을 다 만들지 못했을 때에 대비해 금융회사가 선수금을 선주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을 보장한 일종의 보험이다. 따라서 수주 잔액 대비 RG 발급률이 낮다는 것은 조선회사가 수주를 많이 해놨지만 선수금은 적게 받았다는 뜻으로, 그 조선업체의 영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은행들은 20여 개 항목을 평가해 기업의 종합 평점이 60점이 안 되면 퇴출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금융 불안과 실물 위축의 악순환 고리를 조기에 끊기 위해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라며 “옥석을 가려 회생 가능 기업은 적극 지원하되 부실기업은 과감하게 정리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