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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이란 斷交 위기 - 대화정책 포기 양측 서로 대사 소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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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5년전 독일에서 발생한 이란 반체제인사 살해사건에 대해 독일법원이 이란 최고지도부의 조직적 지시로 이뤄졌다고 판결하면서 독일은 물론 유럽연합(EU)과 이란의 관계가 단교위기까지 맞고 있다.

베를린 지방법원은 10일 지난 92년 베를린의 미코노스 레스토랑에서 발생한 이란 쿠르드족 야당정치인 4명의 암살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하셰미 라프산자니 대통령이 직접 살인을 지시했다

고 판결했다.이른바'미코노스재판'에서의 이같은 판결 직후 독일을 포함한 EU회원국들은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사실상 중단,이란주재 자국 대사들에 대한 집단소환을 결정했다.

EU는 또 미국의 이란 고립화'정책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추진해온'비판적 대화'정책을 잠정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판결은 한마디로 이란정부가 테러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EU국가들이 이란과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됐다.미국은 EU의 이같은 결정에 즉각 환영을 표시했다.

이에대해 이란의 회교정권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이란 외무부는“독일법원이 정치적 계산을 깔고 이란 음해세력의 증언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했다”고 비난하고 독일주재 이란대사를 긴급 소환했다.

따라서 극적인 화해의 실마리가 나오지 않는한 EU와 이란의 교류는 당분간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EU와 이란의 전면적인 관계 단절로까지는 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경제난이 심각한 이란으로선 비교적 우호적인 유럽과의 관계를 끊어버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이 때문에 이란의 실용주의자들은 벌써부터 이번 사태로 독일등 유럽과의 교역이 중단돼서는 안된다고 주장,지도부의 온건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손해를 보기는 EU국가들도 마찬가지다.그동안 미국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이란과의 경제협력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독일의 경우 지난해 이란과 교역이 18억달러에 달했다.이를 반영,EU의 한 외교관은“EU의 대응은 어디까지

나 국제테러 지원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일환이지 미국의 이란 고립화정책에 동조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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