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유괴범 하루만에 검거 - 경찰 1만명 공중전화 5천대 동시 감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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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부모의 재빠른 신고와 침착한 대응,경찰의 민첩한 수사가 유괴됐던 초등학생 어린이를 28시간만에 무사히 구출하고 유괴범을 붙잡았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0일 3천여만원의 도박빚을 갚기 위해 초등학생을 납치한 뒤 1억3천만원을 요구한 혐의로 박철희(朴哲希.28.노동).김경섭(金景燮.28.무직)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괴.협박=빌린 승용차에 다른 번호판을 부착한 범인들은 8일 오후5시쯤 서울강남구삼성동 주택가를 돌다 그랜저 승용차에서 내려 피아노학원에 들어가는 李모(6.B초등학교1년)양을 범행대상으로 정했다.범인들은 오후6시35분쯤 학원에서

나와 귀가하는 李양을“한강에서 엄마가 기다린다”고 속여 유괴했다.

범인들은 20여분만인 오후7시쯤 서울성동구군자동 길가의 공중전화를 이용,李양집에 전화를 걸어 李양의 어머니 鄭모(42)씨에게“9일 오후8시까지 1억3천만원을 준비해놓지 않으면 딸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신고.수사=李양의 어머니 鄭씨는 범인의 전화를 받자마자 8일 오후7시10분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즉시 언론기관에는 보도자제를 요청하고 전화국의 도움을 받아 발신지 추적에 들어갔다.李양 부모에게는 발신지 추적을 위해 전화가 걸려올 경우 3분이상 끌 것을 주문했다.

9일 오후8시쯤 전화를 받은 李양의 어머니가“돈 전달장소를 잘 모르니 길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며 4분40초를 끌어 마침내 전화발신지 추적에 성공했다.

▶검거=경찰은 이미 전날 통화에서 범인들이 서울시내 동대문지역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동대문구 관내 2만여대 공중전화중 범인들이 사용하기 쉬운 5천여군데에 1만여명의 병력을 밀착 감시시키고 있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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