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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협동 아직은 걸음마 - 정보교류.세제지원등 여건조성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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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대 전기공학부 대학원생들은 지난해 9월학기 삼성반도체의 연구진 10명으로부터'반도체 소자'특강을 받았다.학생들은 이미 2년전부터 LG전자 중앙연구소와 화상강의제도를

운영,지난해에는'디지털통신',올해는'디스플레이공학'강의를 듣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출범등 국제적 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을 위해 산학협동이 불가피해지고 있다.국내 대부분 대학들이 산학협동을 추진하고 있으나 성과는 아직도 미흡한 편이다.현재 진행되는 산업협동의 가장 대표적 형태는 산업체와 대학간 연구협력이다.93년부터 지방대학의 연구인력과 시설및 기자재를 활용,기술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애로기술을 공동으로 해결하고 지역내 산학연 간의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주도하는'산학연구 지역

컨소시엄'이나'지역협력연구센터'등이 대표적인 예다.

96년말 현재 경북대.전북대등 전국 61개 대학이 주관하는 지역컨소시엄에 1천12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이밖에 38개의 우수연구센터와 16개의 특성화센터등 1백44개의 협력센터가 있으나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들어 서울대.연세대.고려대등이 대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인 산학협동을 추진할 수 있는 대규모 산학협동 연구공원을 캠퍼스안에 건설중이다.

또 다른 산학협동 형태는 대학이 산업체 요원을 초빙,겸임교수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올해 충남대는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요원 13명을 겸임교수로 발령했고 고려대는 여러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 58명을 초빙해 대학원의 석.박사과정을 지도하고 있다.

동시에 교원의 현장연수도 활성화하고 있다.한국과학재단이 운영하는'이공계 교수 산학협동 근무 프로그램'은 대학과 산업체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과학재단 원재호 인력교류과장은“현장감있고 실용적인 교수기법을 익혀 대학에서는 현장적응 능력이 있는 기술인력을 양성하고,기업에서는'애로'기술을 이론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자문받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말한다.

현장감있는 교육과정 운영도 점차 두드러진다.국책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충남대와 창원대등은 4학년 학생들에게 현장실습을 필수화하고 있다.

숭실대는 올 3월학기부터 한국 IBM.한국중소형컴퓨터사용자협회와 공동으로 IBM의 최신 시스템을 전공과목으로 개설,대학-업체-실사용자그룹간 산학협동을 벌이고 있다.

산학협동 교육과정이 이제 공학이나 기술계열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홍익대는'예술과 산업의 만남'이라는 목표아래 산학협동을 추진하고 있다.시각디자인 부문에서 한국도자기와 강사교류및 디자인 공동연구를 했고 얼마전에는 중앙일보와 신문디자

인 산학협동전도 열었다.

이같은 현장학습에 참여했던 대학원생 강성남씨는“학생으로서 대학에서 접할 수 없었던 기업의 신기술과 전문가들을 만나 현장감을 익히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그러나 산학협동이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5년째 공사장에서 현장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한양대 건축학과 김재준 교수는“그동안 대학과 산업현장이 서로 떨어져 있었다”며“앞으로는 현장의 기술개발속도에 뒤떨어지는 교과서중심의 교육에서 탈피,학생들이 기초이론과 실기를 접목하며 현장

의 요구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문제해결을 할수 있는 능력을 기를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서울대 전기공학부 박영준 교수는“대학의 지식.기술 미흡으로 산업체 요구에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일부 첨단산업체들은 외국기술진에 의존하는등 산학협동이 활발치 못하다”고 진단한다.

그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대학에 대한 정부의 연구비 투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하고 교육부.과기처.통상부등 유관 부처간 일관된 지원정책이 펼쳐져야 할뿐만 아니라 이를 전체적으로 통합관리할 수 있는 인력도 시급하다”고 말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김성우 진흥부과장은 산학협동이 활발해지기 위해서는“필요한 것을 단기적으로 상품화하려는 욕구를 가진 기업과 이론적 측면에서 연구하려는 대학간의 활발한 정보교환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익대 임해철 기획실장은“대학에서 기업을 유치하려해도 이익이 없으면 중.장기 투자를 하지않는 것이 기업의 생리”라고 지적하며“정부가 기업에 직업훈련 분담금등 위탁비용 부분을 공제해주거나 세금감면 혜택등 대폭적 지원이 없다면 산학협동은 어렵다”고 덧붙인다. 〈강양원 교육전문기자〉

<사진설명>

삼성자동차와 지난해부터 산학협동을 추진해오고 있는 아주대 자동차연구센터 저공해 엔진연구개발팀 소속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연료분사시스템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공동실험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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