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농촌에 드리운 전체주의 비인간성 그린 '위선의 태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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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94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그랑프리)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차지한 프랑스.러시아 합작영화'위선의 태양'이 뒤늦게 개봉된다.

'위선의 태양'은 30년대 스탈린의 전체주의가 전성기를 누릴 때 사회주의의 이상이나 휴머니즘에 대한 기대가 무참히 꺾여가는 모습을 러시아의 한 지방에 은둔해 있는 장교와 그 주변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이 영화는 이러한 배경을 미리 알지 못하면 영화의 후반부까지 과연 무슨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쉽게 알 수 없다.

전체주의와 완전히 대별되는 러시아의 토속적인 가정 모습과 천진한 어린이의 이미지,아름다운 전원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비밀요원의 음모가 암시적으로 하나둘 나타나면서 흥미와 안타까움을 동시에 자아내게 한다.

목가적 가정의 유쾌한 단면들과 눈물날 정도로 순진무구한 어린아이 나디아의 행동을 보여주면서도 처절한 전체주의의 비인간성을 절묘하게 공격하는 수법은 러시아 문호 안톤 체호프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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