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등학교에 우열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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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초등학교 영어교육이 실시 첫해부터 혼선을 빚고 있다.영어과외금지로 논란을 빚더니 최근엔 영어 우열반편성으로 시끄럽다.미세하고 간단한 사안같지만 교육현장에선 미묘하고 복잡한 문제다.형편따라 어물쩍 넘기기 보다는 분명한 원칙과 대안제시가 있어야 한다.

교육이란 두가지 원칙에서 추진돼야 마땅하다.교육의 수월성(秀越性)을 높일 경쟁의 논리와 형평과 균형을 생각하는 평준성이 동시에 추구돼야 한다.중등이상의 고등교육은 수월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고,의무교육인 초등교육은 평준성에 비중을 실어야 한다.이 원칙에 입각해 보면 초등학교의 영어 우열반편성은 국민 기본교육정신에 위배된다.

당초 교육부도 영어교육을 실시하면서 5백단어 수준의,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영어교육을 하자고 했다.그러나 영어 조기과외열풍이 불면서 정책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과외도 막고 영어수준이 높은 학생들에게 맞는 수준의 영어교육을 하기 위해 수준별 우열교육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과연 수준별 교육이면 과외를 막을 수 있나.불가능하다고 본다.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기 때문에 과외는 줄지 않을 것이다.우열반편성은 오히려 영어경쟁체제를 굳히면서 과외열풍을 더욱 도지게 할 것이다.또 현실적으로 영어에 익숙한 학생을 가르칠만한 교사가 없다.어떤 수준에 맞출 것인가.대덕연구단지처럼 특수한 지역은 예외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예외적 존재에 나라 전체의 평균교육을 적용할 수는 없다.

영어교육이라 해봐야 고작 1주 2시간이다.배워야 얼마를 배울 것이고,떨어져야 얼마나 떨어질 것인가.괜히 우열반을 편성해 동심을 멍들게 하고,위화감을 조성할 필요가 없다.영어과외를 무조건 금지시키기 보다는 학교안 과외를 하는게 과외를 막는 현실적 방안이다.모든 학생들에게 학원과외를 허용하면서 유독 초등학교 3년생에게만은 금지라는게 난센스다.차라리 유능한 교사를 초빙해 희망자에 따라 저렴하게 학교안 과외를 한다면 사교육비를 줄이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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