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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해외 돈장사 떼이는 사례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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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내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해외에서 조달한 뒤 다시 해외에서 굴리는 역외(域外)금융에서도 최근 들어 돈을 떼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국제금리인 리보(LIBOR)에 0.5%포인트 정도,종금사들은 0.8~1%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얹어 돈을 빌리고 있다.이에 따라 특히 종금사들이 2%포인트 이상의 가산금리를 받을 수 있는 투자국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부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태국의 경우 국내 금융기관들이 95~96년만 해도 1.5%포인트 정도의 마진을 챙길 수 있었으나 최근 불어닥친 금융위기로 태국 금융회사인 원 홀딩 컴퍼니가 부실해지자 돈을 물렸다.또 연초에 부도가 난 부동산회사 솜프라송에 지원해 준 종금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4월4일자 25면 참조〉

중국에서는 국제투자신탁공사(CIITC)의 산하기관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했다가 이 기관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는 바람에 손해를 입은 곳도 적지 않다.중남미에서는 멕시코등의 채무상환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정부가 발행한'브래디본드'에 투

자했다가 최근 미국금리가 오르는 바람에 큰 손해를 본 기관도 있다.러시아에서도 공공기관이 발행한 10~30년 만기의 장기채권(러시아페이퍼)을 사들였다가 평가손을 안고 있는 종금사가 있다.

지난해말 현재 국내 금융기관들의 역외금융 규모는 2백60억달러에 달한다.그러나 국내 금융기관 해외지점이나 현지법인의 부실여신은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등 당국이 정확한 통계를 내놓지 않고 있다.

역외금융이란 은행.종금사등이 해외에서 돈을 빌려 해외에서 굴리는 금융활동을 말한다.

국내 금융기관의 역외금융은 처음부터 위험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특히 국제적인 신용이 다소 처지는 종금사들은 해외에서 비싼 금리를 주고 돈을 빌리고 있다.비싸게 빌렸으니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에 굴려야 하는데 여기에는 늘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요즘 종금사들은 리보에 보통 0.8~1%포인트를 더 얹어 줘야 돈을 빌릴 수 있다.

이렇게 비싼 돈은 선진국에서 도저히 굴릴 수 없다.선진국 기업들의 신용이 우리 금융기관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결국 신용도가 더 낮고 투자수요가 왕성한 동남아.동유럽.중남미등 소위'이머징 마켓'(신흥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그나마 동유럽에서는 체코.폴란드.헝가리의 신용이 높아져 우리 금융기관이 비집고 들어가기가 어려워져 지금은 러시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가 주무대가 됐다.동남아에서는 이미 문제가 된 태국을 비롯해 중국.인도네시아가,중남미에서는 멕시코.브라질.아르헨티나가 주요 투자대상국이 되고 있다. 〈남윤호.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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