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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는 잘하고 옳은데, 상대방이 문제라고 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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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호 03면

교수신문이 세밑에 발표하는 사자성어(四字成語)는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 구실을 한다. 올해를 각기 어떻게 보냈건 한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서 잠시나마 연대 책임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올 사자성어는 ‘호질기의(護疾忌醫)’. 병이 있음에도 치료받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잘못이 있으면서도 남에게 충고받기 싫어함을 비유한 말이다. 같은 말을 남긴 분이 동화작가 권정생(1937~2007)이다. “모두가 자기는 잘하고 옳은데, 상대방이 문제라고 한다”는 말을 던진 뒤 덧붙였다. “나는 죽어서 가는 천당, 생각하고 싶지 않다. 사는 동안만이라도 서로 따뜻하게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울림과 떨림 -한 주를 시작하는 작은 말

사람 만나기를 가능하면 피하려 한 고인을 생전에 붙잡은 이는 종교전문기자 조현(47)씨다. 권정생이 이현주 목사와 함께 여는 ‘드림교회’에 불쑥 찾아가 귀한 말씀을 들었다. ‘드림교회’는 좋은 곳으로, 좋은 사람을 찾아다니며 예배를 드리는 건물 없는 예배당. 온몸으로 퍼진 결핵으로 늘 죽음을 안고 살았던 권정생은 이런 유언을 남겼다.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 봐서 그만둘 수도 있다.”

『울림』은 이런 권정생 선생을 필두로 채희동·장기려·유영모·김교신·변선환·김약연·최용신·이승훈·이세종·손임순·이현필·강순명 등 이 땅에서 예수처럼 살다 간 아름다운 사람 24명의 체취를 더듬은 약전(略傳)이다. 조씨는 “주관적 신앙인이 아닌 객관적인 저널리스트로서 나름대로 엄정한 눈을 가지고 출발했지만 되돌아오던 길마다 ‘나’는 여지없이 무너”지는 체험을 했다. “가슴을 먹먹하게 하며 지금도 귀와 온몸에 올림을 준 그들 삶에 답이 있었다. 그들의 발자취를 뒤따르는 당신의 삶이 바로 답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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