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보육센터 입주문의 급증 - 명예퇴직등 조기퇴직자 늘어난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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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전자부품업체 영업소장을 하던 권정호(權正浩.38)씨는 92년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세전산업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창업 1년6개월여만에 몇가지 전자부품 관련기술을 개발해 상품화했다.

그러나 기술을 더 개발해 나가기에는 무엇보다 장비나 기술면에서 역부족임을 실감했다.빠듯한 회사 살림살이로는 수천만원이 넘는 계측기기등의 장비를 마련할 수가 없었던 때문이다.

94년1월 權사장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안산창업보육센터를 찾았고,3년간의 보육기간을 끝낸 올해초 졸업했다.보육기간중 ND 본디드 마그네트(수지로 된 자석의 일종).전파흡수체.자기 차폐용도료등의 제품을 개발하는데 성공해 지난해 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창업열기가 확산되면서 예비창업자의'보모(保姆)'역할을 하는 창업보육센터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다.

창업보육센터는 기술은 있으나 사업화할 능력이 미약한 예비창업자와 權사장과 같은 신규창업자들을 입주시켜 작업장.기술.경영등을 지원하며 자금까지 지원 또는 알선해주는 창업자의 산실(産室)을 가리킨다.

94년부터 생기기 시작해 현재 9곳이 운영중이며 2곳이 올해중 문을 연다.소프트웨어 관련 보육센터는 3곳이며 나머지는 업종제한이 없다.2~3년의 입주기간중 여느 회사와 다름없이 영업을 계속하면서 보육센터의 시설을 이용하고 기술및 경영지도를 받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한 업체가 사무실이나 개발실로 이용하는 공간은 10~50평이며 일정액의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내야 한다.

중진공 안산보육센터의 이지우(李池雨)씨는“최근 조기퇴직자들이 늘어나면서 입주 여부에 대한 방문상담이나 전화문의가 지난해보다 2배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수요증가에도 불구하고 보육센터에 입주할 수 있는 업체는 1백90여개 업체로 한정돼 있다.설비및 시설부족 때문이다.

안산보육센터 입주업체인 유원산기의 정상식(鄭相植)사장은“보육센터의 설비.장소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면서“하지만 가장 필요한건 자금이며 첨단업종 중심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에서 제조업이 밀리는 것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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