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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중앙일보 선정 새뚝이 2.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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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모두의 가슴 뻐근하게 한 우리 시대 찌질이 인생들
‘베토벤 바이러스’의 오케스트라

마우스필 오케스트라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이하 베바, 극본 홍진아·홍자람, 연출 이재규)의 성공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250억원을 들인 대작 KBS ‘바람의 나라’와 문근영·박신양 스타 캐스팅을 앞세운 SBS ‘바람의 화원’ 등 경쟁작들의 위용이 그만큼 대단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분투기라는 소재가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따라 한 것 아니냐는 험담도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엄청난 제작비도, 대단한 스타도 없었던 ‘베바’는 양쪽 ‘바람’을 가볍게 제압하며 올해 방송가 최대 히트상품으로 등극했다.

‘베바’ 돌풍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일상 속에 꿈을 파묻고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속내를 파고들었기에 가능했다. 그 중심에는 ‘마우스필 오케스트라’가 있다. 음대 졸업 후 내내 ‘밥순이’로 살다 용기를 내 첼로 활을 다시 잡은 아줌마, 늘 열등감에 시달리던 카바레 트럼펫 연주자, 꿈에 그리던 바이올린을 연주하지만 결국 청각장애로 고통 받게 되는 젊은 여성, 콘트라베이스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해 직장을 박차고 나온 가장, 치매를 앓으면서도 오보에를 놓지 못하는 노인, 자신이 절대음감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경찰 청년 등 구성원들 모두 ‘찌질하게’ 살아갈지언정 마음 속에 꿈 하나씩 간직하고 있는 이 시대 평범한 우리들의 자화상이었다. 이들의 고통과 환희가 뒤범벅된 감동 스토리는 드라마 방영 전후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들에게 매서운 채찍을 휘둘렀던 강마에(김명민)라는 캐릭터와 그의 대사 “똥, 덩, 어, 리!”도 빼놓을 수 없다. 베토벤을 연상케 하는 고전적 옷차림과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독설은 강력한 리더십의 전형으로 시청자들을 휘어잡았다. 지난해 ‘하얀 거탑’에 이어 또다시 배역을 장악하는 걸출한 연기를 보여준 김명민이 없었다면 20%에 가까운 시청률은 불가능했을 터다. 강마에와 김명민은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와 열연의 화학작용이 어떤 파워를 뿜어내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기선민 기자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
유학 않고도 국제 콩쿠르 우승

신현수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21)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외국 유학하지 않아도 세계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사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차이콥스키(5위), 하노버(2위) 등 국제 콩쿠르의 정상을 아깝게 놓친 뒤여서 그 다짐이 더 각별하게 들렸다. 올해 11월 신현수는 그 꿈을 이뤘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롱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 심사위원단은 2위 자리를 비워 신현수의 압도적인 1위를 인정했다. 그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의 협연, 파리·도쿄의 독주 기회 등을 부상으로 얻었다.

신현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니며 “굳이 외국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던 피아니스트 김선욱(20)이 2006년 리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토종’의 신화를 쓴 이후 두 번째 기록이다.

전북 전주 태생인 신현수는 9살에 만난 김남윤(59) 교수에게 줄곧 배웠다. 가정형편은 넉넉하지 않아 역시 바이올리니스트인 언니 아라(25)씨와 함께 변변한 악기도 없이 이를 악물고 음악을 했다. 언니가 국제 콩쿠르에 입상해 받은 상금은 다음 콩쿠르에 나가는 동생의 비행기삯으로 쓰였다. 김 교수는 이런 아라·현수씨에게 ‘신통 자매’란 별명을 붙여줬다.

김호정 기자


영화감독 나홍진 데뷔작 ‘추격자’로 대종상 감독상

나홍진

초대형 신인감독의 탄생이었다. 나홍진(34) 감독은 연쇄살인과 정면승부하는 데뷔작 ‘추격자’의 대범함과 집요함으로 단박에 충무로를 흥분시켰다.

그가 직접 쓴 시나리오는 스릴러 장르의 통념을 거슬렀다. 일찌감치 범인을 공개한 대신, 손아귀의 범인을 속수무책 놓아주는 공권력의 무기력과 악질 보도방 주인의 맹렬한 추격을 대비시켰다. 쫓는 자 김윤석의 뜨거운 열연과 살인마 하정우의 차가운 열연에서 팽팽한 긴장과 에너지를 뽑아냈다. ‘타짜’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오른 김윤석은 이제 충무로 연기파의 선두그룹에 자리를 굳혔다.

이 대담한 신인이 택한 결말 역시 통념과 달랐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던 피해자는 ‘개미수퍼’에서 참혹한 지옥에 빠진다. 널리 알려진 대로 2004년 유영철 사건 등 우리 사회의 실존범죄가 이 영화의 모티브다. 감독은 해피엔딩의 안도감 대신 끔찍한 범죄에 대한 공분으로 관객을 몸서리치게 했다.

흥행 괴력은 더 셌다. 500만 명이 넘게 관람, 당당히 올 흥행 2위에 올랐다. 청소년 불가인 관람 등급, 설날 대목을 비껴 간 개봉시기 등 흥행 약점으로 꼽히는 대목을 가뿐히 넘어섰다. 이 무서운 신인에게 충무로의 위기는 곧 기회였다. 대종상은 신인감독상을 건너뛰고 감독상을 안겼다. 유례없이 강력한 데뷔전이었다.

이후남 기자


연극기획자 조재현‘연극열전2’로 예술성·돈 다 잡아

조재현

탤런트이자 배우였던 조재현(43)의 변신은 눈부셨다. ‘연극열전2’를 총괄 기획해 성공 가도를 달렸다. 지난해 말 ‘서툰 사람들’로 막을 올린 연극열전2 시리즈는 유료 객석 점유율 95%를 기록, 연극에 등돌렸던 일반 관객의 발길을 되돌렸다. 차례로 무대화된 10개 작품 모두 수익을 냈고, 티켓 판매량도 40억원을 훌쩍 넘겼다.

조재현은 어떻게 관객을 움직이는지 알고 있었다. 황정민·한채영·나문희 등 스타 캐스팅을 통해 작품을 이슈화시켰다. 1년간의 레퍼토리를 사전에 충분히 알려 관객이 티켓 예매에 선뜻 손이 가게 했다. 최근 문화 트렌드를 정확히 짚어내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했다. 무대 질을 끌어올려 보고 간 관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연극열전’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쌓아갔다.

연극열전2의 성공은 ‘연극은 가난하다’ 혹은 ‘연극은 지원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깼다. 창작자 위주의 작품-관객 외면-수익 악화-정부 지원금 의존이라는 고질적 악순환도 끊었다. 무엇보다 ‘예술성’과 ‘상업성’이라는 낡은 이분법적 사고에 함몰돼 있던 연극계에 ‘완성도’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건 의미심장하다. 조재현의 성공 신화는 바로 연극 프로듀서 시대의 개막이었다.

최민우 기자


소설가 김려령『완득이』 대박 … 성장소설 붐 이끌어

지난해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과 마해송문학상,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석권하며 데뷔한 김려령(37)씨. 3월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완득이』를 내놓으며 올 한 해 청소년 문학 붐을 이끌었다.

청소년물은 이전엔 성인물도, 아동물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입시 대비용 필독서나 고전, 혹은 그와는 아예 거리가 먼 판타지물이나 통속 로맨스 소설이 청소년용으로 소화됐다.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은 대개 해외 문학이라 우리나라 청소년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출판계는 10대와 20대 초반의 독자를 겨냥한 ‘영 어덜트물’에 관심을 기울이며 동시대 청소년의 고민과 일상을 담은 작품을 잇따라 내놓기 시작했다. 그런 흐름 속에서 김려령의 『완득이』는 25만 부나 팔리며 청소년 문학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완득이』는 문학성을 갖추면서도 청소년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문체, 만화 캐릭터 같은 주인공을 내세워 ‘영 어덜트’의 감성을 사로잡았다.

『완득이』는 연극으로도 각색돼 최근 무대에 올랐다. 두 아이의 엄마인 김려령은 서른이 넘은 나이에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해 습작을 시작했다. 늦깎이 작가지만 데뷔전은 누구보다 화려하게 치러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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