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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문화를 찾는 한국 관객들 무엇이 그들을 움직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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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의 예술 소비자
양성희 외 지음, 룩스문디, 284쪽, 1만5000원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어떻게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을까. 영화 흥행의 요소로는 스타의 출연, 재미있는 스토리, 구전 효과 등이 꼽히지만, 소위 ‘초대박 영화’라 불리며 10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들은 대부분 ‘사회적 의제화’가 강력한 흥행 동인으로 작용한다. 영화 내적인 흥행 요소외에,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 의제를 좇는 관람 행태다. 민족주의 같은 이념이 그 예가 된다.

예술경영이라는 분야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경영학의 주요 화두인 소비자 행동분석은 아직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마케팅이나 기획을 위한 관객·소비자 연구는 물론이고, 현장에서 참고할 만한 관련 통계자료 조차 부실하다. 저자들은 대한민국 예술소비자들의 행동양태와 소비 패턴을 분석했다. 클래식·미술·연극·영화 등 제 분야를 감상하는 관객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외국 관객과의 차별점, 한국적 시장의 특수성도 함께 분석했다. 한국 연극이 왜 ‘시장 실패’ 에 빠졌는지를 관객 연구로부터 설명해내는 식이다.

사실 ‘예술 소비자’라는 개념은 이근수 경희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10년 전에 썼다면 예술에 무지한 장사꾼 취급을 당했을 법”한 표현이다. 물론 지금도 일정부분 유효한 이야기다. 영화의 박스오피스, 드라마의 시청률 같은 극히 일부 지표를 제외하고 대다수 예술의 산업성을 정량화된 지표로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은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조심스럽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예술계의 어려운 현실을 얘기하고, 각종 수치들을 내세우며 산업 활성화를 희망하고 있다. 이 책은 둘 사이의 간극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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