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 침투때 한국 과잉대응 우려 - 무력사용 사전협의 왜 요청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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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측이 한국군에 북한의 국지도발때 자체대응에 앞서 미측과 사전 협의를 해달라고 요청한 배경은 북한체제의 난국상황을 상정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앨 고어 미 부통령은“북한체제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미측은 북한이 극도의 어려운 상황에서 국지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국지도발때 한국군의 과잉대응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고 군사외교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한국군이 필요이상으로 과잉대응할 경우 북한을 자극,상승작용을 일으켜 확전(擴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게 미측의 우려다.

이때문에 미 국방부는 한국군과의 협의채널을 현재보다 더욱 긴밀히 확보할 필요를 절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 연합사측에서 한국군의 활동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해달라고 요청한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분석했다.

연합사측은 유사시나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등에 따른 위기국면을 무사히 넘기기 위해 평소부터 한.미 양국군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군 일각에선 미측의 이같은 요청은 한국군에 대한 일종의 간섭이라며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는다.

창군(創軍)이래 전면전이 아닌 북한에 의한 국지도발등 침투작전과 관련된 군사적 대응권은 전통적으로 한국군에 있었다.지난해 강릉무장공비 침투나 1.21사태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군은 나아가 94년12월'한국방위의 한국화'란 자주적 차원에서 연합사령관에게 위임됐던 평시작전권을 환수했고 전시작전통제권까지 되돌려받기 위한 한국군 단독의 합참 지휘소훈련(CPX)도 실시해왔다.

평시작전통제권은 한국군의 부대이동을 포함한 훈련과 전시대비및 북한의 대침투작전등 평시의 모든 작전에 관한 사항을 한국군 합참의장이 행사하는 권한이다.

그러나 미국의'무력사용 협의권'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강릉 무장공비침투사건과 같은 상황 발생때 우리 군은 한미연합사령관과 사전 협의를 거친뒤에나 대응작전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군의 한 관계자는“자칫 미국의 판단에 따라 한국군의 군사운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무력사용협의권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군사전문가들은 한.미방위체제의 특수성과 한국군 자주화방향 사이에 긴밀한 조화를 이뤄 유사시 한반도방위에 최선의 방안을 선택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고 있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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