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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 눈높이 너무 높아 … “재수해서라도 대기업 가겠다” 8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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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건설업계 20위권인 A사. 올 상반기에 대졸 신입사원 100명을 공채했지만 지금까지 20명이 빠져나갔다. 이 회사 신입사원인 이모(27)씨는 “연봉이 높은 다른 회사와 중복 합격하거나 아예 금융업으로 입사 업종을 바꾼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초년생 입장에서는 연봉과 회사 규모, 업계 순위를 직장 선택의 최우선 조건으로 보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기획재정부·통계청에 따르면 11월 현재 실업자 수는 75만 명.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만7000명(2.3%) 늘었다. 실제로 백수 상태에 놓여 있거나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한 사람들을 합하면 전체 실업자 수는 317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중앙일보와 잡코리아 공동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381개 중소기업의 절반 가까이(46.7%)가 “인력 부족 현상에 허덕인다”고 답했다. 인크루트가 이달 구직자 533명에게 물어봤더니 "들어가고 싶은 대기업 입사 시험에서 떨어지면 취업 재수를 해서 다시 응시하겠다”는 대답이 85.9%에 달했다. 취업난 속 구인난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이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24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취업게시판에 중소기업의 채용 공고가 가득하다. [강정현 기자]


◆올라만 가는 구직자 눈높이=서울 중위권 대학의 국제통상학과를 졸업한 정모(28)씨는 올 1월 중소 무역회사에 입사했다. 금호아시아나·한화를 비롯해 10여 곳의 대기업에 지원했지만 번번이 탈락한 직후였다. 그는 그러나 입사 한 달 만에 퇴사했다. “월급이 너무 적고, 더 큰 기업에서 비전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10개월째 아르바이트를 하며 각종 자격증과 영어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정씨는 “금융전문자격증을 따고 내년에 다시 10대 그룹에 원서를 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씨와 같은 생각은 웬만한 취업 준비생에겐 보편화돼 있는 현상이다. 이처럼 대졸 구직자 눈높이가 높은 이유를 전문가들은 임금 구조에서 찾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구직자들이 입사해 받고자 하는 희망 임금이 너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졸 청년실업, 대졸자 자신에게는 문제없는가’라는 올 5월 보고서에서다. 박성준 선임연구원은 “4년제 대졸자가 전문대 대졸자보다 실업 기간이 길고, 월 평균 임금이 많을 수록 입사 준비 기간이 길었다”고 말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취업자의 실제 임금과 미취업자의 희망 임금 차이는 2003년 월 27만원에서 2005년 59만원으로 뛰었다. 이 때문에 한국경제연구원은 “청년실업과 고용시장에서의 수급 불균형 현상을 풀기 위해서는 정부나 기업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구직자가 눈높이를 낮추기 전엔 고용의 빈익빈 부익부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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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에 비해 높은 대기업의 초임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달 중순 전국경제인연합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졸 초임은 월 198만원. 일본(162만원)·싱가포르(173만원)보다 높다. 한동률 전경련 투자고용팀장은 “과도한 대졸 초임은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을 감소시키고 구직자의 희망 임금을 높여 대기업 선호를 부추긴다”고 말했다. 기업 규제로 생기는 고임금 현상도 거론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황인철 경제조사본부장은 기업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종업원이 1000명 이상인 기업에 규제가 집중돼 있는데, 이 때문에 종업원 수를 900명에서 더 늘리지 않는 대기업 계열사도 있다. 이런 기업은 직원 수를 늘리는 대신 임금을 많이 늘리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구직자의 희망 임금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채용 방식 다양화로 이탈 막는다=기업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일반적인 공채에만 의존하는 것도 신입사원 이탈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신세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전까지 공채로 합격한 구직자 중 20∼30%가 입사를 포기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대학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여름과 겨울방학 때 인턴십을 거쳐 성적이 좋은 사람을 각각 6개월 후 입사토록 했더니 사정이 나아졌다. 최종 합격자 이탈률이 5%대로 떨어진 것이다. 롯데 역시 2006년 인턴제도를 도입했다. 연 1500명을 공채하는 것과 별도로 140명 정도를 인턴십 경험자로 채운다. 이종구 경희대 취업진로지원처 교수는 “막연히 대기업을 선호하는 풍조를 약화시키고 업무 위주로 취업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인턴제도가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 홍보와 애사심, 검증된 인재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병주·임미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우동헌 인턴기자(상명대 경제학과 3)가 이 기사 작성을 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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