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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판 휩쓴 이세돌 상금 10억 넘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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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돈도 많이 벌었다. 한국기원이 공식 발표를 안 하고 있지만 3개 세계대회에서만 5억원, 명인전 우승으로 1억원, 중국리그 8전 전승으로 1억5000만원. 그리고 한국리그까지 굵직한 것만 세도 8억원을 후딱 넘어간다. 바둑은 이창호 9단이 2001년 상금 10억원을 한 번 넘어선 적이 있는데 이번에 이세돌 9단이 그 기록을 깰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이세돌 9단은 올해 공식 기록으로는 99전 73승26패다. 8전 8승을 거둔 중국리그는 한국기원이 공식 대회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제외됐지만 73승만으로도 2위(이창호 9단의 66승)를 훌쩍 따돌리고 연도 최다승을 장식했다. 또 1년 내내 랭킹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거의 전 분야에서 이세돌의 독주가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부진했던 이창호 9단도 올해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응씨배 세계선수권 결승에 진출했고 10단전과 전자랜드배 등 국내 2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후지쓰배 세계대회는 준우승.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랭킹 2위 이창호 9단이 1위 이세돌 9단에게 4승1패를 거뒀다는 점이다. 23일 원익배 10단전에서 벌어진 마지막 대국에서도 이창호 9단은 이세돌 9단을 꺾었다.

큰 승부는 아니었으나 2009년의 예감이 담긴 의미 있는 일전이었다.

만19세 강동윤 8단이 이창호-이세돌의 뒤를 잇는 차세대 주자로 확실하게 떠오른 것도 2008년의 주목할 만한 변화였다. 강동윤은 제1회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 남자개인전 금메달을 따냈고, 농심신라면배 5연승을 거뒀다. 특히 명인전과 천원전 결승에서 이세돌 9단과 10번기를 벌여 쉽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은 놀라운 성과였다(명인전에선 먼저 1승을 거두며 앞서 나갔으나 22일의 4국에서 패하며 결국 1대3으로 타이틀 획득에 실패했다. 천원전에선 1대0으로 리드한 상태). 만 20세가 되는 2009년, 랭킹 3위로 뛰어오른 강동윤이 잠재력을 폭발시킨다면 한국판 바둑삼국지가 펼쳐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2008년엔 박지은이 여자기사로는 최초로 입신(9단)에 올랐고, 신예 홍성지 7단이 이세돌 9단을 꺾고 생애 첫 타이틀을 획득했으며, 충암 출신 프로기사가 500단을 돌파했다. 여자기사 이민진 5단이 정관장배 3연승으로 2007년의 5연승 우승에 이어 또 한번 한국 우승의 주역이 됐고 조훈현 9단은 생애 대국수 2500국을 넘어서며 신기록을 이어갔다.

2008년은 바둑판 밖에서도 의미심장한 변화가 있었다. 첫째는 상금제. 한국기원 프로기사들이 골프의 컷오프와 비슷한 상금제를 압도적 다수로 지지하면서 프로기전이 팬의 구미에 맞게 대폭 변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둘째는 베이징에서 올림픽 직후 열렸던 제1회 세계마인드스포츠대회. 바둑 외에 체스·브리지 등 두뇌게임들이 ‘스포츠’라는 이름 아래 처음으로 뭉친 이 대회는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날지, 보드게임의 대변화를 몰고 올 첫걸음이 될지 주목되는 사건이었다. 인터넷에선 억대 바둑판 소송 사건이 뜨거운 화제를 끌기도 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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