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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서울광장에 시민의식 새록새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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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광장이 생겨 경비구역이 두배로 늘어났습니다. 순찰을 자주 돌아야 해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즐겁습니다. 푸른 잔디와 분수대가 자동차 경적과 매연이 지배하던 광장의 새 주인이 됐고, 그 속에서 서울 시민들이 도심 속의 자연을 즐기고 있으니까요."

서울광장 조성 한달(6월 1일)을 맞는 서울시청 청경실 이종식(50)조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그는 "낮에는 회사원들이, 밤에는 가족과 연인들이 광장에서 걷고 쉬는 모습을 보니 참 좋다"면서 "광장을 24시간 지키는 청경으로서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는 청경은 모두 41명. 이들은 조를 나눠 하루 24시간을 근무하고 다음날은 쉰 뒤 그 다음날 아홉시간을 근무한다. 청경들은 낮에는 물론 새벽까지 2인1조로 조를 짜 광장을 순찰한다.

"시민의식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매주 월요일인 '잔디 쉬는 날'을 시민들이 잘 지키고 있고 맥주 캔이나 소주병은 꼭 쓰레기봉투에 담아갑니다. 다만 잔디에 몹시 해로운 담배꽁초를 버리는 시민들이 간혹 있어요."

모 언론사에서 근무하던 이씨는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공무원이 되고 싶어' 1984년 청경 시험을 치렀다.

"87년 6월항쟁 때는 시민들로 시청앞 광장이 꽉 찼어요. 최루탄 가스에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그런 아픔 속에서 민주주의의 꽃이 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민주 열사의 노제도 이곳에서 열렸지요."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붉은 악마'들로 가득 찼던 광장의 모습은 죽는 날까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장에서 자주 벌어지는 1인 시위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는 외국인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는 이씨는 "서울광장이 순수한 시민들의 정원 역할을 영원히 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글=김동섭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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