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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모노크롬 작가 박서보展. 김기린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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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모노크롬.단색조의 그림을 의미하는 이 작업은 70년대 한국 화단을 휩쓴 큰 흐름이었다.이 흐름의 한가운데 서있던 박서보(66)와 김기린(61).단색이라는 겉모습만 비슷할뿐 출발도,그리고 그 지향점도 다른 두 작가의 작품전이 잇따라

열린다.모노크롬에 대한 새로운 관심의 연장선상에 놓인 전시여서 눈길을 끈다.

1일부터 15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박서보전'은 한국 현대미술의 선두에서 조명을 받았던 이 작가의 근작 20여점을 선보인다.반면 가인화랑에서 3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김기린전'은 그 중요성에 비해 평가가 미진했던 김씨의 7

0년대 작업 20여점을 보여준다.두 작가는 분명 70년대 모노크롬 작가이지만 작품세계를 보면 너무나 큰 차이점을 보인다.두 작가의 다른 점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작가로서의 배경에서부터 차이가 있다.홍익대 미술학부를 마치고 50년대부터 창작활동을 벌였던 박서보와 달리 김기린은 60년대 프랑스로 유학해 미술사 공부로부터 미술을 시작했다.

“그린다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오염된 자기를 정화한다”는 본인의 말처럼 박서보가 70년대부터 지금까지 매달리고 있는'묘법(描法)'시리즈는'색'이 아닌'행위'가 중요한 작업이다.70년대 당시의 상투적인 모더니즘에 반하는 방법론적인 입

장에서 그리는 행위 자체를 중요시한다.색의 성격을 없애버리기 위해 단색조를 택했지만 박서보에게 색 자체는 작품에서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다.기존의 무채색조 작업과 달리 이번에는 작업실이 있던 안성의 황톳빛 작업도 선보이지만 그렇다

고 작품세계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반면 김기린은 분명히 박서보와 다른 출발을 보인다.행위의 결과물로 얻어지는 모노크롬이 아니라 출발에서부터 모노크롬을 지향하고 있다.홍혜경 가인화랑대표는 이에 대해“색이 의미를 지닌다”는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다.서양미술에서'모든 지

각 세계의 끝'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는 검은색을 김기린은 시작으로 인식한다.검은색을 칠하고 이를 다시 긁어내고 그 위에 또 칠한다.이런 덧칠하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색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색을 완성해 나간다는 점에서 박서보와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근작중에서 선명한 원색 작품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색의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제목의 흑(黑)과 흑,혹은 백(白)과 백의 연작에서부터'안과 밖'이라는 흑과 백의 대비를 보이는 연작으로 발전한 김기린의 작품에서는 이처럼 색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 올바른 감상법이다. 〈안혜리 기자〉

<사진설명>

70년대 모노크롬 작가면서도 모노크롬에 대한 다른 해석을 보이는 두 작가 박서보와 김기린의 작품전이 잇따라 열린다.한지 여러 겹을 물로 붙이고 이것이 채 마르기전 연필로 그어내리는 행위를 반복하는 박서보의'묘법 No.950625'.182×227.5㎝.그리고 김기린의 78년도 작품'안과 밖'.흑.백으로 분명히 경계가 지어지는 동시에 하나로 연결되기도 한다.각각 19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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