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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연극>2. 탤런트 연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한동안 신인탤런트들의 인터뷰중에 단골처럼 끼어들던 말이“언젠가 연극을 하고 싶다”였다.부족한 연기력을 단번에 향상시키는'훈련도장'정도로 연극을 생각하는 몰염치의 극치다.

최근 들어 우리연극을 망치고 있는'주범'중 하나가 이처럼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탤런트들을 상술로 활용하는 이른바'탤런트 연극'의 범람이다.조금 매스컴에 얼굴이 팔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관객을 모을 수 있다는 한탕주의의 소산이다.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섣불리 이들을 기용한 이러한 연극은 연극계를 위한 확대재생산이 불가능한'씨없는 수박'과 같다.이유는 단 하나.이들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보장할 수 없고 아무런 책임감없이 왔다가 떠나는'철새'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예는 지금 당장도 많다.공연을 했거나 앞두고 있는 전도연.조용원이나 심지어 포르노비디오물의'에로스타'진도희까지 앞세우는 행태들이 궁극적으로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뮤지컬은 적나라한 상업적 속성 때문에 더욱 심하다.

흔히 연극이나 영화.TV를 불문하고“배우는 다 같은 배우”라는 말을 하곤 한다.연기만 얘기하자면 맞는 말이긴 하지만 문제는 이런 배우들이 장르를 넘나들 때는 그 장르에 합당한 책임감과 문제의식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연극을 만만히 본 나머지 관록있는 탤런트조차 TV연기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얼마전 끝난'유리동물원'에 출연했던 윤여정은 이런 한계로 비난의 여지가 많았다.

물론 이들을 연극판으로 끌어들이는 1차적 책임은 기획.제작자들에게 있다.한 제작자는“오랜 경험상 연극인들만 가지고는 장사가 안되더라”며 당위론을 내세웠다.

웬만한 탤런트라도 그런'힘'을 발휘하는데는 연극계의 스타 기근과도 관련이 있다.여성배우만 하더라도 박정자.손숙.김성녀.윤석화.양금석 정도로 스타급이 극히 제한돼 있다 보니 자꾸 외부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튼 문화전반의 상업화 물결은 배우의 세계에서도 예외가 아닌 형국이 됐다.연극이 연극다운 면모를 갖추지 못하고 지금처럼 침체일로일수록'지푸라기라도 잡는 식'의 탤런트 기용은 더욱 늘어날게 뻔하다.이들을 수용하는 연극인들의 원칙과

도덕률이 더욱 절실한 때다. 〈정재왈 기자〉

<사진설명>

에로스타 진도희가 출연하고 있는 연극'욕망의 섬'.영화배우까지 끌어들여 연극을 꾸려나가는 것은 지나친 상업주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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