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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늉뿐인 구조금, 유족은 두 번 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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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딸을 잃은 지 2년여나 지났지만 부모의 고통은 지속되고 있다. 이씨의 집 텔레비전 옆 선반 위에는 딸의 사진이 든 액자 10여 개가 놓여 있다. 지금도 살아 있는 것 같아 치울 수가 없다는 게 부부의 말이다. 허양의 아버지(40)는 “우리 부부의 시간은 그때 멈췄습니다. 주변에선 둘째도 가지고 딸을 잊으라고 하지만 우리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는 가족의 고통=허양의 부모는 범인 김씨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지난 6월 법원에서 “2억59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검거된 지 5일 만에 부인을 통해 자신명의 아파트를 팔아버렸다. 결국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부모는 “범인은 재판 중 범행을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무기징역을 받았다”며 “검거 직후 재산부터 처분한 사람이 무슨 반성을 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창근(47)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날 딸 혜진(당시 10세)을 잃었다. 1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딸을 잃은 슬픔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15년간 다녔던 인쇄회사도 그만뒀다. 부인 이씨가 식당 일을 나가며 한 달에 70만원을 버는 것으로 생활하고 있다. 당장 고교 3학년인 아들과 고교에 입학하는 딸의 등록금과 교육비를 걱정할 처지다. 혜진이가 떠나면서 이씨 가족이 국가에서 받은 돈은 유족구조금 1000만원이 전부다.

이씨는 “가족 한 사람을 잃게 되면서 온 가족이 아무 일도 못하게 됐다”며 “그러나 살인범들은 대개 경제적 능력이 없어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구조예산 일본의 13분의 1=정부는 10월 서울 논현동 고시원 방화살인사건 때도 ‘범죄피해자구조법’에 따라 내국인 3명의 유족에게 각각 1000만원의 구조금을 지급했다. 중국 동포들의 유족에게는 300만~600만원의 위로금이 전부였다. 이 유족 구조금은 살인범을 모르거나 살인범이 배상능력이 없을 경우에만 지급된다. 최고 한도 1000만원은 1991년 범죄피해자구조법이 개정된 이후 제자리다. 자동차 손해배상법상 뺑소니 사고로 사망한 경우 최고 1억원을 받는 것과 비교해 10분의 1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범죄피해자 구조예산은 18억원으로 일본의 구조 예산(21억3600만 엔)의 1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미국의 경우 84년 범죄피해자법에 따라 범죄자에게 징수한 벌금과 보석금을 재원으로 피해자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2005년 기준으로 미국의 범죄피해자 기금 총액은 130억 달러였다. 캐나다와 호주, 일본도 피해자 지원기금을 운영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구조금 지급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지급 액수도 소액”이라며 “안정적인 재원 마련 방안과 상한액 인상 등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공동 기획=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상기(연세대 법대 교수) 원장·박형민 부연구위원, 중앙일보 정효식·강인식·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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