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보다 쉬워 편입에 몰려 - 편입 열기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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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의 지명도가 낮고 졸업하면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어서 서울의 더 나은 대학으로 편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편입시험은 과목수가 적어 입시보다 공부하기도 편해요.”

강원도 H대 일어과 2년에 재학중인 金모(21)군은 학교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편입학원으로 가 오후7시부터 11시까지 수업을 받는다.

“아무래도 전공 공부는 등한시하게 되죠.학점 이수만 하는 정도예요.일반편입시험에선 규정된 학점 이수만 하면 되지 학점이 좋고 나쁘고는 문제되지 않거든요.”

경남 K대 전자공학과 1년을 마치고 편입을 위해 휴학,시험준비를 하고 있는 姜모(24)군.집이 서울인 姜군은 우선 수원에 있는 대학에 편입했다 다시 서울 H대에 편입하는게 목표다.

姜군은 대구의 편입전문학원 근처에 방을 얻어 매일 오전7시부터 다음날 오전1시까지 학원에 나가 공부한다.

지방대생들을 중심으로 편입시험 준비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지난해부터 편입 문호를 크게 늘리면서 시작된'제2의 입시'열기다.

전문대에서 지방대로,지방대에서 지방 명문대로,지방 명문대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옮기는 연쇄 이동에 너도 나도 뛰어든다.

대학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대학이 영어.논문.면접등으로 편입생을 뽑는 것도 편입 열기를 부채질한다.

이들은 편입시험을 준비하는 다른 학생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매일 2~3시간씩 공부도 하고 서울소재 대학들의 편입학 정보를 교류한다.

이러다보니 일부 대학에선 편입준비생들이 수업을 빼먹거나 수업시간에 편입시험공부를 하는 바람에 수업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충북 C대 행정학과2년 李모(20)군은 지난해 2학기부터 학교수업에 거의 빠지다시피 하는등 등한시하다 결국 학사경고를 받았으나 올해 충남대 행정학과에 당당히 편입하기도 했다.

충남 H대의 한 교수는“수업시간에 20% 정도의 학생이 영어공부를 하고 있어 수업진행이 산만하다”며“처음에는 주의를 줬으나 지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예 모른 척하고 넘어간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지방대 재학생을 중심으로 편입바람이 불자 때를 만난듯 전국 곳곳에 편입 전문학원들이 생겨 성업중이다.

현재 편입학원 수는 전국에 1백여곳.이중 절반은 지난해부터 우후죽순격으로 생긴 것이다.그동안 서울에만 몰려 있던 편입학원이 점차 지방 중소도시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강의과목은 국어.영어.수학 중심이며 논술등을 가르치기도 한다.

수강료는 과목당 평균 6만5천원 수준이고 일부학원은 65만~75만원을 내면 편입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강생은 새 편입제도가 시행되기 전 전국적으로 연간 5천~6천명 정도였으나 지금은 2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리=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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