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올림픽 30年·태권도 40年] 80. IOC 위원장 도전(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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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이후 사마란치(左)는 항상 내 편이었다. 그러나 IOC 위원장 선거라는 결정적인 순간에 그는 나에게 등을 돌렸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마란치 위원장이 음바예 법사위원장에게 시켜 작성한 선거지침이 내려왔다. ▶IOC 위원 방문 금지▶IOC 위원 초청 금지▶행사 조직 금지▶비용 사용 금지▶선거운동·선거연설 금지▶총회에서 정책연설 금지 등이었다. 한마디로 후보들은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거였다. 그런데 로게는 유럽NOC연맹 지원을 받아 공식행사를 구실로 마음대로 돌아다녔다.

우리나라에서는 몇몇 체육인과 동창생들이 개인적으로 후원했지만 정부 차원의 후원은 없었다. 일부 정치인이 나의 후원회장이라며 모금을 하고 다녔다는데 정작 나는 아는 게 없었다.

모스크바로 가기 전 로잔을 들렀을 때 사마란치를 만났더니 나에게 “출마를 포기하고 부위원장을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서 거절했다. 노골적인 로게 밀어주기였다.

모스크바에서는 고군분투했다. 호텔 로비에 내려가면 20여 명의 기자가 몰려왔다. 다른 후보들은 고작해야 서너 명이었다. 총회 이틀 전까지도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멕시코의 마리오 바스케스가 또 사퇴를 제안해왔다. 총회 하루 전, 미국 솔트레이크트리뷴 기자가 “당신의 정책강령을 보면 IOC 위원들에게 매년 실제 경비를 제공한다고 돼있는데 얼마를 생각하느냐”고 물어 “원칙만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다시 “5만 달러 정도냐”고 묻기에 “최소한 그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다음날 ‘김운용 위원이 위원장이 되면 매년 IOC 위원에게 5만 달러를 준다고 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사마란치는 곧바로 윤리위원장에게 조사를 지시했고, 윤리위는 ‘김 위원을 조사 중’이라는 성명과 보도자료를 돌렸다. 총회 당일, 투표 직전에 윤리위원회가 10분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직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알쏭달쏭한 내용이었다. 이미 내 이미지는 손상될 대로 됐다.

투표 결과 로게가 위원장에 당선됐고, 내가 2위, 파운드가 3위였다. 곧바로 사마란치가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한 일본 기자는 “이렇게 타락한 선거는 본 적이 없다. 제소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흥분했다. UPI통신 기자는 “유엔이 감시했다면 재선거를 해야 할 정도로 엉터리 선거였다”며 “양팔과 양다리를 다 묶어놓고 운동경기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사마란치가 중립을 지키기를 나는 기대했으나 그는 로게 지지에 전력을 쏟았다. 그동안 사마란치와의 협력 관계를 생각하면서 왜 그렇게 나에게 적대적이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참 뒤 내린 결론은 ‘그는 실용적인 사람이며 서구인이며 여러 이익집단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IOC 사무총장을 지낸 츠바이펠 여사의 말에 따르면 사마란치는 선거 2주일 뒤 바로 후회했다고 한다.

모든 선거에서 승승장구하던 나는 IOC 위원장 선거에서 패배를 맛봤다. 그러나 나의 영향력과 실력을 보여줬고, 대한민국의 저력을 과시했다고 자부하며 스스로 위로했다.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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