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食교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교육은 지육(智育).덕육(德育).체육(體育)이 균형을 이뤄야 바람직하다고 한다. 이른바 삼육(三育)이다.

그런데 요즘 선진국에선 하나가 더 붙는다. 바로 '식육(食育)', 즉 식교육이다. 이는 음식이나 식문화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안목을 길러주는 교육이다. 이상적인 식생활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도모하자는 목적도 있다. 특히 전통음식에 대한 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본에선 자민당이 '식육기본법(食育基本法)' 제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자민당은 '풍요로운 국민생활 및 활력 넘치는 경제사회의 실현'을 위해 법 제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정부와 지자체에 '식육추진회의'를 설치해 조직적인 식교육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현재 국민 의견을 수렴 중이며 가을께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론 세 가지 목표가 담겨 있다. 음식에 대한 교육을 체계화해 일본의 전통 식문화를 보존.계승하고,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며, 일본 식품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유럽은 한발 더 앞서 있다. '슬로 푸드(slow food)' 운동의 발상지 이탈리아에선 민.관이 힘을 합쳐 오는 10월 '미식대학(University of the Science of Gastronomy)'을 설립한다.

이곳은 요리학교가 아니다. 고급 요리를 즐기는 귀족이나 미식가들의 모임은 더더욱 아니다. 국제적 안목을 지닌 식문화의 전문가를 키워내는 대학이다. 5년 과정을 마치면 석사학위를 준다. 커리큘럼엔 와인지리학.식품인류학 등 독특한 전문과목들이 개설된다.

또 프랑스에선 교육부가 '미각(味覺)고교' 설립을 추진 중이다. 미각 개발을 위한 집중적인 교육기관이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나오듯 절대미각의 소유자들을 길러내 프랑스 식문화의 대통을 잇게 하자는 취지다.

이 같은 노력은 '음식=문화'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다음 세대로의 계승을 위해 교육과 접목하려는 것이다.

지난 29일 한국조리사회중앙회는 서울 코엑스에서 전통음식과 학교급식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패스트푸드에 빠지기 쉬운 청소년에게 어떻게 '우리의 맛'을 가르쳐줄지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런 시도가 식교육의 소중한 한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남윤호 정책기획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