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발 묶어놓고 요금올리기 합작-버스파업 소동 연례행사에 서민들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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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 시내버스 파업은 26일 오후 노사간 전격합의로 파업 10여시간만에 버스운행이 정상화됐지만 이번 파업은 적자타령을 일삼는 업자들과 이들을 불신하는 노조간의 힘겨루기에 언제라도 시민의 발이 볼모로 붙잡힐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버스업자들의 횡령비리 사건이후 버스개혁을 추진하던 서울시는 파업사태가 예견돼 있었는데도 대책을 내놓지 못한채 버스업자들과 노조대표들에게 요금인상이라는'코끼리 비스킷'식 무마책을 제시하는 구태를 연발,조정능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사실 이번 파업은 87년 8월 시내버스 파업사태 이후 10년만에 벌어진 첫 파업이지만 버스업자들과 노조 모두가 정례행사처럼 파업돌입 직전 극적 타결하던 관행을 깨뜨리고 파업을 기정사실화한채 서울시에 대해 버스요금 인상 압력을 가하

는 노사간의'공조현상'까지 보였다는 점에서 종전과 성격이 다르다.

버스조합은 임금 협상내내 현재 89개 회사의 임금체불액이 1백91억여원이 넘고 사채를 제외한 총부채가 7천억원에 달하며 이미 7~8개 업체가 사업면허 반납서류까지 제출하는등 업체의 만성적자 실태를 공개하며 더이상 사업자 부담으로

임금을 올려줄 수 없음을 명백히 했다.서울시의 주머니를 털어 지원해주거나 25%의 요금을 올려 시민들의 주머니로 때워달라는 것이다.

노조 역시 협상도중“평균 임금이 1백7만9천2백71원으로 도시근로자 최저 생계비의 90%정도 수준”이라며“서울시가 시내 버스기사 처우개선 3개년계획을 수립,버스요금 인상시 버스기사 임금인상분 10%를 반영해 주겠다고 한 지난해 6월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따라 노사 양측은 파업 돌입시 서울시로부터 요금인상에 관한 확약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판단했고 실제로 25일 밤 협상장을 찾은 서울시 고위관계자로부터'30원 버스요금 인상'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결국 버스노선중 적자와 흑자노선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정및 공영화가 실현되지 않는 이상 매년 3월마다 노사가 임금을 놓고 파업돌입을 감행하면 5~6월께 서울시가 요금을 인상해 메워주는 악순환이 계속돼 시내버스 파업및 이에따른 시민불편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

이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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