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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대상기업과 실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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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보사태 이후 한보계열 4개사가 지난 1월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이어 삼미그룹도 18~20일 5개 계열사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지난 8일에는 우성건설에 대한 법정관리가 결정되는등 최근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법정관리가 결정

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반면 논노는“더이상 회생 가능성이 없다”며 법정관리가 폐지되기도 했다.일시적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기업이라도 회생 가능성이 있다면 기회를 주자는 법정관리제도.'기업회생의 묘약'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방만한 경영에 면죄부를 주는게 아니냐'는 부정적 의견도 만만치 않다.법정관리 기업들의 실태와 문제점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우성건설에 대한 법정관리가 결정된 것은 지난 8일.우성은 지난해

1월18일 부도 직후 8개 계열사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한일그룹이 인수예정자로 내정된 5월 이후 인수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우성산업개발과 우성공영등 2개사에 대해서는“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13일 법정관리가 기각됐다.우성타이어등 나머지 5개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처럼 계속되는 경기불황과 이에 따른 자금난으로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현재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업체는 문민정부 출범 후의 업체만

30여개사에 이른다.이 가운데 26개 업체는 서울지법의 관리를 받고

있다.이들 업체의 법정관리기간은 대개 10~15년 정도.이 기간동안

채무가 동결되는 혜택속에 감량경영

.조직개편등의 자구노력을 펼치거나 해당업종의 경기호전등에 힘입어

경영실적이 호전된 곳이 많다.

합성수지 제조업체인 대한유화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93년 8월.

의욕적으로 설비를 증설했지만 시장이 얼어붙는 바람에 금융부담을

이겨내지 못해 부도를 냈다.이 회사는 그러나 법정관리 1년만인 95년

석유화학 호황에 힘입어 경영상태가 좋아져 최근 2년새 7백억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렸다.

회사 경영이 호전되자 지난해말 효성그룹과 동부화학이 이 회사의

지분인수 경쟁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법정관리를 받고 있지만 회사

경영상태도 나아졌고 앞으로의 가능성도 밝게 본 때문이다.

이 회사 이선규(李宣揆)상무는“원가절감 운동을 펴면서 고부가가치

합성수지를 다수 개발해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며“회사 인원도

줄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 경영으로 어려움에 처했다가도 이처럼 법정관리를 받아 나름대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케이스는 많다.

㈜한양은 법정관리 개시(94년 11월)후 10개월만에 산업합리화 업체로

지정받고 관급공사를 많이 수주해 98년에는 흑자경영까지 바라볼 정도로

형편이 나아진 경우.이 회사는 93년 배종렬(裵鍾烈)전 사주의 퇴진후

주공사장을 지낸 김

한종(金漢鍾)씨가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돼 평택 액화천연가스(LNG)기지

건설공사를 따내는등 활발한 수주활동을 해왔다.

94년 10월 경영권이 주공에 넘어간 뒤로는 주공의 아파트공사를 주로

하고 있으며,올해 매출액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주공의

이치운(李致雲)사장은“올해부턴 그동안 중단했던 아파트사업도

재개하고 영업과 현장조직 개편도 추진

하고 있어 곧 흑자경영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5년째 법정관리를 받고있는 삼호물산은“올해가 경영정상화의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올해 갚아야할 빚이 남아있는 부채의 절반에

가까운 4백5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천5백급 트롤공모선을 40억원에 매각하고 연말에

본사를 서울양재동에서 성남공장으로 이전하는등 감량경영을 강화하고

있다.1천8백명이던 종업원수도 4년만에 9백50명으로 줄였다.

한진중공업은 8년만인 96년 9월 법정관리가 끝나 경영권을 되찾은

케이스.이 회사는 법정관리 이후 연평균 20%정도씩 매출이 늘었고,특히

92년부터 4년연속 흑자를 기록해 동결부채 4천3백억원중 1천2백억원을

갚았다.

그러나 오랜 법정관리에도 불구하고 경영이 좀체 정상화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여성의류 업체인 논노가 대표적 케이스.

법정관리중인 95년 재차 부도를 내는등 어려움을 겪어온 이 회사는

2월14일 서울지법이 법정관리 폐지를 결정해 앞으로 별도의 조치가

없는한 파산할 것으로 보인다.

논노는 1월말 부채 일부 탕감과 부채상환기간 연기등을 골자로한

자구계획안을 마련해 법원에 제출했으나 법원측은“96년 이후 주업종인

의류 매출이 극히 부진한데다 앞으로도 회복 가능성이 없다”며 이같이

결정했다.논노의 법정관리 폐지는

법원측이 최근들어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신호그룹이 인수한 한국강관('신호스틸'로 개명)은 지난해

2천1백억원의 매출을 올려“일단 어려운 고비는 넘기지 않았느냐”는

평가도 있으나 최근의 철강경기 침체로 고전하고 있다.

94년 9월부터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계성제지는 95년의 제지업

호황등에 힘입어 지난해 50억원의 빚을 갚고 상당액의 유보금까지

마련해 다소 여유를 찾았다.

그러나 제지업 경기가 다시 나빠져 올해가 경영정상화의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규하.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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