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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있는요리> 유산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뭔가 불만에 차 외할머니 앞에서 짜증을 부리던 진영(眞榮.9)이가 엄마(曺淑銀.38.서울서초구잠원동한신아파트)가 내놓은 유산슬과 탕수육을 보더니 금세 풀어져'헤-'하고 웃는다.

지난해 4월 생일파티때 친구들 앞에서 진영이를 완전히'뜨게'해줬을 만큼 맛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냥 엄마가'직접'만든 차원이 아닌'정통'중국요리라는 걸 친구들도 알아봤던 것.

“원래부터 요리에 관심은 많았어요.하지만 중국요리를 배우기 전엔 혼자 요리책이나 잡지를 보며 만들어보는 정도였죠.”

그런'독학파'曺씨가 1회 강습에 4만원씩이나 드는 거금을 투자,중국요리강습을 받게 된 것은 지난해 1월 큰시누이댁에서 열린 가족모임때 조카딸이 내놓은 양장피잡채를 맛보고 나서부터.

화사한 색상의 그 요리가 화교(華僑)요리사에게 배운 솜씨란 걸 알게 됐다.

曺씨는 당장 주부 10명을 모아 팀을 만들었고,8차례에 걸쳐 16가지의 정통중국요리를 익힐 수 있었다.

“전문가한테 배운 티가 확실히 나긴 하나봐요.저희 시댁에선 매년 5월,12월에 7남매가 각각 요리를 하나씩 준비해와서 모임을 갖는데 지난해엔 제 탕수육과 부추잡채가 최고 인기를 끌었어요.결혼후 10여년만에 최고였죠.”

비싸게 배운 요리지만 사람좋은 曺씨는 가르쳐주는데 결코 인색하지 않다.

소문을 들은 대학동창들이 가르쳐달라고 졸랐을 때는 딸 진선(眞善.13)이에게 유산슬.탕수육.자장면등의 조리법을 PC로 깨끗하게 정리시켜 나눠주고 실습에 들어갔을 정도.

“중국요리는 기름에 볶는 것이 많죠.이 때는 프라이팬을 미리 달궈놓았다가 고온에서 순식간에 조리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曺씨가'공짜로'귀띔해준 중국요리의 기본이다. 〈김정수 기자〉

<사진설명>

외할머니와 누나 앞에서 짜증섞인 어리광을 부리던 진영이가 엄마의 중국요리 유혹에 넘어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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