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론 점차 줄지만 … 신흥시장 보는 눈 냉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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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글로벌 펀드 매니저 사이에 비관론이 점차 줄고 있다. 이에 비해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을 바라보는 매니저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에 대한 평가는 더 나빴다. 메릴린치가 최근 세계 196개 글로벌 펀드의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펀드 매니저 열 명 중 아홉이 현재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내년 상황은 좀 다를 것으로 봤다. 내년에 세계 경제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매니저는 36%에 그쳤다. 두 달 전엔 60%가 더 나빠진다고 답했다. 메릴린치의 유럽·중동·아프리카 담당 전략가인 게리 베이커는 “시장의 정서, 미국 정부의 부양책 때문에 1월 주식시장에서는 랠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신흥시장에 대해서는 냉담했다. 응답한 펀드 매니저 가운데 17%는 내년 신흥시장 주식의 비중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메릴린치 신흥시장 담당 전략가인 마이클 하트넷은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거의 모든 매니저가 앞으로 12개월간 신흥시장의 수익이 기록적으로 악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썼다.

올해도 신흥시장 투자 성적은 죽을 쒔다. 극심한 신용경색과 경제 침체로 개발도상국 746개 기업으로 구성된 MSCI신흥국 지수는 올해 53% 하락했다. 이에 비해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S&P500 지수는 37%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올 들어 신흥국 펀드에서 403억 달러의 자금을 빼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매니저들의 전망이 어두운 이상 내년에도 외국인이 신흥시장에서 돈을 빼내가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가운데 그나마 선호되는 나라는 중국이 꼽혔다. 중국 주식이 싸다는 이유에서다. 상하이와 선전에서 거래되는 기업들로 구성된 CSI300 지수는 올 들어 60% 떨어졌다. 중국 정부는 급속한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지난달 주요 금리를 1.08%포인트 끌어내렸다. 또 4조 위안(약 750조원)에 이르는 경기 부양책도 내놓았다. 이게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낸 것이다.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도 상품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38% 떨어졌지만 펀드 매니저들은 내년 브라질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반면 한국과 멕시코에서는 주식을 팔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트넷은 전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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