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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식 신드롬 확산 '나도 몰래 CCTV 찍히는것 아니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비뇨기과의원 박경식(朴慶植)원장이 김현철(金賢哲)씨의 통화내용과 은밀한 치료장면을 녹음.녹화하고 이것을 폭로한 이후 불신.불안 심리를 반영하는 소위'박경식 신드롬'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혹시 몰래 카메라가 있지는 않나' 두리번거리는가 하면 절친한 친구끼리“너,믿어도 돼?”라고 반문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반 대인관계뿐만 아니라 가까운 동료 사이에서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와함께 기업체에서는 회의내용이나 기밀사항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해 보안점검등 집안단속에 나서는가 하면 호텔.여관.목욕탕등에서는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고객들의 요구로 폐쇄회로 카메라를 철수하고 있다.

LG건설은 최근 현관에서 방문객의 신분증을 확인한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사무실 출입을 허용하도록 전사원에게 거듭 지시했다.사원들도 ID카드가

없으면 출입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서울중구 C사의 노동조합측은 최근 노조 사무실 집행위원회에서 검토중인

임금협상안을 회사측이 알아채자 전화도청및 CCTV 설치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전문 용역업체에 보안검색을 의뢰했다.

서울관악구봉천동 M여관은 최근 현관과 5개층의 복도에 설치한 CCTV의

가동을 중단했다.손님들이 카운터에 있는 모니터를 보고 항의하거나

불쾌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나타냈기 때문이다.

며칠에 한번씩 회사앞 사우나를 이용한다는

金경석(34.회사원.서울마포구연남동)씨는“그동안 탈의실에 설치된 CCTV를

무심코 봐넘겼으나 朴씨사건 이후 계속 찜찜하다.또 나도 모르게 녹화

화면이 외부에 공개될 것같아 걱정된다”고 말했

다.

'박경식 신드롬'에 가장 시달리고 있는 곳은 병원.

서울노량진 H의원 禹모(55)원장은 환자에게 치료장면을 CCTV로

녹화한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느라 진땀을 뺀다.

치료의 진전에 따라 환자상태를 파악하고 논문작성에 이용하기 위해

진료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필요하지만 최근들어“사생활이

방송에 나가는 것 아니냐”고 묻는 환자가 부쩍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 조맹제(趙孟濟.정신과)교수는“불신풍조가 만연하는 것은

사회권위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사회가 과도기적일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심하면 피해망상등 병적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우.김영호 기자〉

<사진설명>

김현철씨의 YTN사장 인사개입 의혹 비디오 테이프 도난사건과

관련,3일동안 잠적했던 박경식 G남성클리닉 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 자진 출두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응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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