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보철강 주거래은행 제일은행의 향후 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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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보철강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세가지 진로를 예상할 수 있다.첫째는 자력갱생,둘째 한은 특융,셋째 다른 은행의 인수.합병등이다.지금의 병세(病勢)를 감안하면 자력갱생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 금융가의 중론이다.얼마나 심각한가.

올 1월말 현재 한보로 인한 제일은행의 부실채권은 총 1조7백94억원. 한보때문에 차질이 생긴 연간 이자수입이 무려 1천억원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 제일은행 관계임원의 이야기다.

이 은행은 지난 2년사이 유원.우성건설등에 잇따라 물리면서 6개월이상 이자를 못받는 돈의 규모가 지난해말 현재 1조8천6백97억원으로 총 여신의 6.7%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한보에 물린 돈까지 포함하면 이런 불건전 여신은 총 여신의 10%안팎으로 늘어난다.한보에 물리기 전인 지난해 이익(당기순이익)이 고작 62억원이었던데 비추면 올해부터는 대규모 결손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더 큰 문제는 자금사정이다.특히 4천4백65억원에 달하는 지급보증 어음은 만기가 돌아오는대로 제일은행이 대신 갚아줘야 한다.그만큼 돈이 빠져나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신용도가 떨어져 예금이 빠져나가고 해외자금 차입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제일은행 입장에서는 우선 자구노력으로 풀어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자회사나 부동산매각은 이미 추진중이다.

제일은행의 자회사는 일은증권등 13개사.그러나 이중 돈이 될만한 것은 일은증권.일은금고등 일부 금융기관 정도다.제일은행의 한 임원은“일은증권을 제외하면 자회사 매각등을 통한 자구노력으로 마련할 수 있는 돈은 1천억원 내외”라고 말

했다.

신세계백화점 주차장등 2백99억원(96년말 장부가)상당의 부동산은 조건만 맞으면 처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치유될 병세가 아니다.

제일은행 의도도 이같은 자구노력을 토대로 한국은행에 특융지원을 요청하자는 것이다.정광우(鄭光宇)제일은행 이사는“일단 자구계획을 밝힌 후 한국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특융 요청 의사를 밝혔다.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도“주차장등 2백99억원(96년말 장부가)상당의 부동산은 조건만 맞으면 처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치유될 병세가 아니다.

제일은행 의도도 이같은 자구노력을 토대로 한국은행에 특융지원을 요청하자는 것이다.정광우(鄭光宇)제일은행 이사는“일단 자구계획을 밝힌 후 한국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특융 요청 의사를 밝혔다.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도“제일은행이 망할 경우 다른 은행에서도 예금 인출사태가 벌어지는등 심각한 신용 공황상태가 예상되므로 한은 특융을 포함한 지원방안이 검토돼야 할 것”이라는 견해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용기(李容起)산업은행 조사부장은“미국.북구등 외국의 경우도 금융기관이 도산 위기에 처했을 때 정부가 자금을 지원했다”며“금융시스템 자체를 흔들 위험이 있는 은행 도산은 일단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은 특융이 결코 간단치 않은 상황이다.89년 투신사에 대한 한은 특융때도 국회 동의를 거쳤었다.

더구나 제일은행에 특융을 한다면 지난해에 1천6백억원의 적자를 낸 서울은행 같은 곳에도 안해줄 수 없다.

한국은행은 특융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유동성 부족 문제가 예상될 경우 국고 여유자금이나 환매조건부 국공채(RP)배정등의 방법으로 잠시 도와줄 수는 있지만 특융은 곤란하다는 것.김원태(金元泰)한은 자금담당이사는“특융은 금융통화운영위

원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할 수 있지만 그동안 책임경영을 누누이 강조해온 상황에서 과연 특융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총대를 메고 결심해야 하는데 요즘같은 상황에서 과연 그럴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세번째 방법은 인수.합병.이른바 제3자 인수다.앞의 두 방법이 모두 안될 경우 예상되는 카드다.명분론에서는 가장 설득력이 높은 방안이다.

은행의 대형화 방향에도 부합되고,한은 특융을 해주는 조건을 달더라도 명분이 선다.그러나 노조문제나 주주등 이해당사자들의 현실적인 반발을 어떻게 소화해낼 것인가가 걸림돌이 될 것이다.〈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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