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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당직개편>黨.청와대 새 역학 - 李대표의 주도권행사.金대통령 밀어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15일 이회창(李會昌)대표로부터 첫 주례보고를 받는 모습은 청와대 내부에 미묘하게 전달됐다.

李대표가 金대통령과 악수할때 이전의 대표들과 달리 깍듯이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 없었다.청와대 관계자는“당과 청와대가 대등한 관계로 바뀌는 신호같다”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현정부 출범이래 청와대는 당에 대한 일방적인 우위체제를 유지해 왔다.특히 당직 인사는 총재인 金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대표의 참여를 거부하는 독점적 영역이었다.그러나 金대통령은 李대표와 당직인선안을 깊숙이 협의했다.

두사람은 이미 청와대와 당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李대표는“당헌.당규에 보장된 권한을 충실히 행사할 것”이라는 의사를 金대통령에게 전달했다.

金대통령도 현재의 비상시국 수습을 위해 당의 주도적인 권한행사와 역할을 李대표에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 고위당국자는“대표를 맡아달라는 金대통령의 요청을 李대표가 쾌히 받아들였으며,일을 맡긴 이상 金대통령은 뒤를 밀어줄 것”

이라고 확인했다.

두사람의 이같은 관계는 서로의 필요에 의한 역할분담의 측면이 강하다.

金대통령이 정국돌파를 위해 李대표의 청렴한 이미지가 필요하다면,李대표는 대선후보 경선승리를 위한'김심(金心)'의 지원이 필요하다.

당대표의 새로운 위상은 정국 관리와 정책결정 과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과거엔 정국 현안결정의 실무사령탑은 청와대정무수석과 당사무총장이었다.이원종(李源宗)전정무수석의 주도로 강삼재(姜三載)전사무총장과 협의한 내용을 당에서 거의

그대로 채택했던 사례가 그것이다.

이회창 체제하에선 李대표가 정국이슈를 선점.관장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박관용(朴寬用)사무총장이 강인섭(姜仁燮)청와대정무수석과 조율하는 모양새를 띨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청와대와 당의 대등한 협력관계는 긴장관계를 낳을 소지를 안고 있다.

돌발적인 사건에 취약한 우리 정치의 가변성에서 볼때 통치권 차원의 고유권한과 대표의 역할한계 사이에 원론적인 충돌이 야기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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