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주주총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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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날 한시 열기''아침 일찍 뚝딱 끝내기'.

그 어느 때보다 부진한 영업실적을 주주들에게 보고해야 했던 이번 상반기주총에서는 극성스런 총회꾼과 볼멘 소액투자자들을 한 사람이라도 줄이려는 상장사들의 노력이 두드러졌다.

증권거래소가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21일 사이에 주총을 치렀거나 치를 예정인 12월결산 상장법인 5백66개사의 주총개최 일시.장소등을 분류해 본 결과 14일과 지난달 28일에 각각 무려 2백26개,1백16개사의 주총이 집중적으로 열린 것으로 집계됐다.

매년 2월 마지막날(토요일 제외)과 3월 중순 금요일에 주총이 몰린 것은 오랜 관행에 속하지만 예년에 비해 그 정도가 심했다.지난해만 해도 이 두 날짜에 12월 상장법인의 절반(49.5%) 정도가 주총을 연데 비해 올해는 다섯중 셋꼴(3백42개사,60.4%)로 몰렸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유남길(劉南吉)차장은“기업실적이 전반적으로 나쁠수록 주총을 한날에 열어 주주들의 원성을 분산시키려는 날짜 눈치보기 행태가 심해진다”고 풀이했다.

주총이 열린 시각도 4백86개사(85.9%)가 오전10시 이전이어서'후딱 해치워버리자'는 심리를 엿보게 했다.기업실적 부진으로 배당이 신통찮거나 아예 없는 회사가 많자 소액주주들의 볼멘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지난해 기록적 적자를 낸 대한항공의 주총에 참석했던 한 증권사 직원은 “배당이 없는데 대해 여러 투자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거세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관심이 근래 고조되면서 대주주 지분방어의 유효한 수단으로 떠오른 전환사채 발행한도를 높이는 정관변경도 상당수 주총에서 눈에 띄었다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보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시중은행의 주총도 제일은행을 제외하고는 총회꾼들의 적극적 협조속에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은행감독원의 특별검사 때문에 제 날짜에 치르지 못하고 지난 7일 열린 제일.조흥등 4개 시은의 주총 가운데

제일은행에서는 참여연대등의 시민단체들이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고늘어져 다소 진통이 있었다. <홍승일.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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