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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파괴 농구장 ‘신장 위에 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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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현역 최단신 이현민(LG·左)이 2일 최장신 하승진(KCC)의 블로킹를 피해 레이업을 시도하고 있다. [중앙포토]

농구에서는 키가 큰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올 시즌 프로농구에선 이런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키가 작은 선수를 보유한 팀이 장신 군단을 상대로 선전하면서 ‘신장 위에 심장’이란 말도 나온다. 키보다는 과감한 돌파 등 배짱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번 시즌 프로농구 2라운드 성적을 살펴보면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주전들의 키가 작은 LG와 모비스가 씽씽 달린 반면 2m가 넘는 선수가 5명에 이르는 KCC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와 모비스는 2라운드에서 각각 7승2패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반면 KCC는 3승6패에 그쳤다. 키가 작아도 조직력으로 똘똘 뭉친 팀들이 장신 팀을 밀어내고 상위권을 점령했다.

◆최단신 vs 최장신=LG 가드 이현민(25·1m74㎝)은 전체 10개 구단 선수 가운데 키가 가장 작다. 반면 KCC 신인 센터 하승진(23·2m21㎝)은 역대 프로농구 최장신 선수다. 그러나 두 선수의 올 시즌 활약을 살펴보면 ‘신장 위에 심장’이란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하승진은 불안한 팀 조직력 탓에 활약이 저조하다. KCC는 서장훈·추승균·임재현 등 스타급 선수가 많지만 이들이 포지션별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하승진의 기량도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무엇보다 자유투(성공률 27.4%)가 불안하다. 농구선수로서의 기본기도 부족하지만 주변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프로 3년차 이현민은 이번 시즌 특유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마음껏 펼치면서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희대 3년 때까지만 해도 작은 키 때문에 고민이 커 농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이현민은 이후 혹독한 개인훈련을 거듭한 결과 프로에서 기량을 꽃피우고 있다. 강을준 LG 감독은 “어떤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배짱이 이현민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장신 팀은 괴로워=2m5㎝의 센터 김주성(29)을 보유하고 있는 또 다른 장신 팀 동부도 이번 시즌 위력이 예년만 못하다. 15일 현재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긴 하지만 부쩍 힘에 부치는 양상이다.

왜 이처럼 장신 팀이 고전하고 있을까. 전창진 동부 감독은 “올해부터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이 없어진 영향이 크다. 김주성·서장훈 등이 상대팀 장신 선수들을 막기가 힘겨워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 감독은 “예전 같으면 상대 팀의 키 작은 외국인 선수를 김주성이 충분히 수비했고, 상대 팀은 미스매치가 되면서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이 장신이라 우리 팀 장신 선수들의 공격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형길 KCC 단장 역시 “서장훈이 나서면 상대팀 외국인 선수를 막는 데 허점이 생기곤 한다”고 말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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