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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반드시 펴거나 반듯이 펴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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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디스크 예방법에 관한 강연회장. 의사의 조언을 받아쓰는 손길이 분주하다.

어떤 이는 “허리를 ‘반드시’ 편 채 무릎을 굽히고 앉아 물건 들기”라 적고, 어떤 이는 “허리를 ‘반듯이’ 편 채 무릎을 굽히고 앉아 물건 들기”라고 적는다. 누가 의사의 말을 바르게 옮겼을까?

의미 차이는 있지만 두 문장 모두 어법상 문제가 없다. “허리를 ‘반드시’ 편 채~”의 경우 ‘틀림없이 꼭’ 허리를 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허리를 ‘반듯이’ 편 채~”는 허리를 펼 때 ‘비뚤어지거나 기울거나 굽지 아니하고 바르게’ 해야 함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다만 두 단어를 혼동해 ‘곧게’란 뜻으로 ‘반드시’를, ‘기필코’란 의미로 ‘반듯이’를 사용해선 안 된다.

“선 채로 허리를 구부려 무거운 짐을 드는 행위는 반드시 삼가라”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지 말고 허리를 펴고 반듯이 앉아라”처럼 써야 한다.

‘반듯하다’의 어간에 접사 ‘-이’가 붙은 ‘반듯이’는 ‘반듯하다’에서 온 말임을 알 수 있으므로 그 원형을 밝혀 적은 형태를, 어원이 불분명한 ‘반드시’는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 형태를 각각 표준어로 삼고 있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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