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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 승부카드 - 이회창 고문 黨대표 전격 내정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졌다.신한국당의 새 대표에 이회창(李會昌)고문이 12일 전격 내정됨으로써 여권의 차기 대통령후보 구도에 결정적 변화가 생긴 것이다.

사실상 여권 차기 대선주자의'선정'이라고 까지 해석되기도 하는 金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여권은 물론 정치권 전체에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몰고 오기에 충분하다.말 그대로'사건'인 것이다.다소 성급한 듯한 이런 분석은 金대통령 자신이

가장 기피하던 레임덕을 앞당길게 확실한 李고문을 선택했다는 데서도 일면 수긍이 간다.

金대통령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비쳐질 수 있는'한보사건 재수사'를 얼마전 강도높게 촉구한 李고문을 선택한 것은 또 金대통령이 얼마나 현시국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말해준다.이와함께 당장의 현철(賢哲)씨 문제등 정국현안 해결에도

돌파구가 생길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李고문은 그동안 당내 경선주자중에서도 박찬종(朴燦鍾)고문과 함께 높은 대중적 지지도를 유지하면서 선두를 달려왔다.그런 李고문이 경선주자중에서 발탁돼 당대표로 여권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이로써 李고문은 선두의 위치를 굳히면서 당내 다른 세력을 흡인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됐다.李고문의 대표내정은 민주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金대통령이 독자적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는 李고문이 이른바 김심(金心)에 접근했다는 증거일 수가 있다.그래서 당내에 많은 세력들이 대표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李고문의 대표내정은 특히 金대통령이 아들 현철씨 문제로 정권존립의 위기상황에 처한 때에 나왔다.이는 金대통령이 앞으로 난국타개를 비롯한 정국운영의 중요부분을 국민적 지지를 안고있는 李고문에게 상당부분 할애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여권의 고위관계자는“李고문은 한보사건의 재수사를 주창한바 있으며,그가 대표가 되면 현철씨의 국회증언 또는 검찰조사같은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李고문의 대표내정에 대한 다른 주자들의 반응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그간 李고문은 이홍구.이수성고문등의 지지 확보에 전력해 왔으며,그의 대표취임은 이런 노력에 힘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李고문의 대표내정과 관련,민주계의 서석재(徐錫宰).김덕룡(金德龍).김명윤(金命潤)의원등 핵심관계자들은 12일 밤 긴급회동해 민주계의 대처방안을 논의하는등 당은 벌써부터 긴박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민주계는 11일까지 대표임명과 관련한 金대통령의'이상한'움직임을 감지하고 최형우(崔炯佑)고문을 대표로 밀려는 작업을 추진해왔다.그러던중 崔고문이 11일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비상 상황을 맞게된 것이다.

최근 김용태청와대 비서실장이“金대통령은 새 대표가'경선주자가 아닌'관리형이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은 결과적으로 金대통령이 이회창고문을 염두에 둔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金대통령은 일찍이 이한동(李漢東)고문이 당을 화합으로 이끌수 있다고 보고 신중하게 대표로 고려했으나 현철씨 문제가 크게 불거지면서 YS특유의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교준.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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