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학 "내 힘은 염소수염서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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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심재학(32.기아)을 만나면 사람들은 얼굴만 쳐다본다. 턱 밑에 거뭇하게 자라난 '염소수염' 때문이다. 몇몇 팀 동료도 "우스꽝스럽다"며 놀리지만 심재학은 당분간 수염을 계속 기를 생각이다. 두살배기 딸이 뽀뽀할 때마다 따갑다며 얼굴을 찌푸려도 흔들림이 없다.

심재학이 수염을 기르는 이유는 '방망이' 때문이다. 그는 이달 초 수염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성적이 급상승했다. 지난달 말 0.246이던 타율이 이번 시즌 처음으로 3할대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지난 20일을 넘기며 심재학의 타율이 하향 곡선을 그렸다. 수염의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고 묻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심재학은 "성적에 상관없이 수염을 기르면서 마음이 편해져 타격감이 좋아졌다"면서 방어했다.

그의 말대로 심리적 안정 때문일까. 심재학은 26일 롯데와의 광주경기에서 2회말 승부의 추를 돌리는 선제 결승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10호로 이달에만 다섯번째 홈런. 마해영.장성호.박재홍 등 쟁쟁한 동료들을 제치고 팀내 홈런 1위에다 홈런부문 공동 4위다. 심재학은 7회에도 1타점 적시타를 쳐 3타수 2안타 3타점에 볼넷 1개로 승리의 '1등 공신'이 됐다.

이어 27일 광주 롯데전에서도 2회말 첫 타석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큼지막한 2루타를 날려 시즌 초반 부진에서 확실히 벗어나고 있음을 입증했다.

사실 심재학이 이번 시즌 들어 느끼는 부담은 크다. 2001년 두산에서 타율 0.344.홈런 24개를 기록하며 최고의 해를 보냈지만 다음해부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2002년에 0.245로 떨어진 타율은 지난해 0.236까지 내려갔다. 게다가 내년이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것도 올해 더 잘 뛰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심재학은 "홈런에는 별로 욕심이 없다. 2할5푼대인 타율을 끌어올리는 일과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게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한편 27일 경기 가운데 잠실(삼성-LG).문학(한화-SK).수원(두산-현대) 경기는 도중에 내린 비로 노게임이 선언됐다. 잠실 경기는 9월 11일 더블헤더로, 수원 경기는 9월 15일 더블헤더로 열리며 문학경기는 8월 13일에 치러진다.

김종문.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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